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 17호: 가짜뉴스의 진짜문제

작성자
ssk
작성일
2019-02-19 15:39
조회
4410
가짜뉴스의 진짜문제

백영민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가짜뉴스?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신조어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대통령은 ‘가짜뉴스’, ‘대안적 진실(alternative truth)’ 등과 같은 신조어를 전세계로 확산시켰으며, 국내의 경우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fake news의 번역어인 ‘가짜뉴스’가 일반인에게도 널리 확산되었다. 하지만 가짜뉴스란 과연 무엇일까?

가짜뉴스가 새롭게 등장한 용어이니만큼, 무엇을 가짜뉴스라고 부르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즉 데이터과학의 모토에 맞게 ‘데이터에서 지식을 도출’해 보자.

우선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버즈피드 뉴스(Buzzfeed News)에서 지난 미 대통령 선거당시 페이스북(Facebook)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다음과 같은 상위 5개의 ‘가짜뉴스’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괄호속은 뉴스출처; Silverman, 2016):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Ending the Fed), “위키릭스(WikiLeaks)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이 ISIS에 무기를 판매했다”(The Political Insider), “힐러리 클린턴이 ISIS와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Ending the Fed), “힐러리 클린턴은 법적으로 연방정부의 대통령후보 자격이 없다”(Ending the Fed), “힐러리 클린턴을 조사한 FBI요원이 자살했다”(Denver Guardian).

다음으로는 국내의 사례를 살펴보자. JTBC에서는 다음을 ‘시청자가 뽑은 2017 최악의 가짜뉴스’로 선정했다(JTBC, 2017): “태블릿 PC 조작설”, “세월호 피해자만 과도한 배상 받는다”, “5·18 당시 북한 특수군이 내려왔다”, “청와대 직원 500명 탄저균 예방접종”, “헌법재판소 8인체제 위헌”.

그렇다면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뉴스들은 도대체 어떤 뉴스인가? 국내외의 사례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황용석, 권오성, 2017; Rubin et al., 2015; Shu et al., 2017). 첫째, 소위 ‘제도권 언론사’에서 보도된 뉴스가 아니다. 페이스북에서 유통되던 가짜뉴스들의 출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럴듯해 보이는 온라인 사이트였다. 한국에서 유통되던 가짜뉴스들 역시 제도권 언론에서 보도된 뉴스가 아니라 대부분이 소위 ‘찌라시’,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통되던 유언비어나 루머였다. 다시 말해 가짜뉴스는 ‘제도권 언론사가 보도한 뉴스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뉴스’였다.

둘째, 정치적·사회적 갈등상황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나 정파세력에게 도움을 주려하거나 혹은 상대방 후보나 반대정파세력에게 해를 주려는 ‘의도성’이 짙게 깔려 있다. 바로 이 짙게 깔린 의도성으로 인해 지지자에게는 ‘호감’을, 반대자에게는 ‘비호감’을 불러와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더 부추긴다.

셋째, 짙게 깔린 의도성에도 불구하고, 사실인지 사실이 아닌지를 판정할 수 있는 단서가 포함되어 있다. 즉 어떤 사건에 대한 주관적 해석만으로 구성된 메시지는 결코 가짜뉴스라고 불리지 않는다. 물론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여부를 밝히는 행위자[정부의 조사관, 언론의 사실확인(fact-checking) 뉴스]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 오래된 현실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와 한국의 대통령 탄핵과정, 그리고 유럽연합탈퇴를 둘러싼 영국의 국민투표 등을 거치면서 가짜뉴스의 사회적 해악이 널리 알려지면서 대처방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사회적 해악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의사표현의 자유’나 ‘합리적 의심’을 가로막을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언론법제를 다루는 학자들은 ‘가짜뉴스 대책’으로 얻는 이익보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기반한 민주주의에 미치는 해악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론학자 황용석(2018)은 “‘가짜뉴스’보다 ‘가짜뉴스 담론’이 민주주의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위와 같은 가짜뉴스들은 가짜뉴스라는 말이 정착되기 이전부터 인류사회에 존재했다. 정치적·사회적 이익갈등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언비어, 루머, 비방, 무고 등이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가짜뉴스는 태고부터 인류에게 존재하였던 불완전성과 추악함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의 온라인 공간에서 메시지 형태로 구현된 것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온라인 미디어가 일상속으로 깊이 스며들어가면서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루머나 허위비방 등을 보다 빠르고 쉽게 전달받게 되었을 뿐, 현재와 같은 가짜뉴스는 인류가 존속하는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가짜뉴스, 그 진짜 문제

본 저자가 인지하는 범위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연구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가짜뉴스의 개념적·조작적 정의와 관련된 연구들이다. 앞서 소개한 가짜뉴스 판정을 위한 세 가지 기준은 바로 첫 번째 연구들에 해당된다(황용석‧권오성, 2017; Rubin et al., 2015; Shu et al., 2017). 어떤 온라인 메시지를 가짜뉴스로 분류할 수 있을지에 관심있는 데이터 과학자(주로 전산학자)나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마련하고자 하는 법학자들의 연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가짜뉴스의 전파과정에 대한 연구들이다(이를테면, Del Vicario et al., 2016). 정보의 전파과정에 관심있는 데이터 과학자들(전산학자나 언론학자 등)의 연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 가짜뉴스라는 허위정보를 접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이나 태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들이다. 실험연구기법을 기반으로 사회심리학적 관점 혹은 설득이론의 관점을 택하는 언론학자와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가 여기에 속한다(이를테면, 김선호‧백영민, 2018; Flynn et al., 2017).

각각의 연구성과들이 차곡차곡 축적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한 가짜뉴스의 전파를 막고, 전파된 가짜뉴스의 사회적 악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식도 누적되고 있다.

하지만 본 저자의 관점에서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들 연구들이 ‘가짜뉴스’라는 용어에서 ‘가짜’에만 주목할 뿐 ‘뉴스’에는 충분히 주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언론학을 전공한 저자에게 안타까운 점은 ‘뉴스’라는 용어의 권위상실이다. 적어도 19세기 이후 ‘뉴스’라는 말은 단순한 ‘정보’ 혹은 ‘소식’과는 명백하게 다른 ‘무게감’을 갖는 말이었다.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는 적어도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권위(communicative authority)를 갖고 있는 존재 혹은 기관이었으며, 이러한 권위를 갖지 못하는 존재가 생산한 정보에 대해서는 뉴스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커뮤니케이션의 제도적 권위가 담보되지 않은 주체가 발언한 말이나 전달한 말에게도 ‘뉴스’라는 용어를 붙이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 말해 KBS에서 보도한 소식도 뉴스고, 조선일보나 경향신문이 보도한 소식도 뉴스고, 카카오톡에서 유통되는 소식도 뉴스가 되어 버린 것이다. 즉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어떠한 소식도 뉴스로 취급받을 수 있게 된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의 범람으로 ‘진짜뉴스’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본 저자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로 인해 ‘뉴스 그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짜뉴스의 진짜문제는 바로 정보의 진실성을 담보하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권위가 소멸되었다는 것이다. 현실의 언론사가 짊어지고 있던(혹은 누리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권위에 대한 정당성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권위가 붕괴된 현실 속에서 개개인이 순간순간 접하는 정보의 진위여부를 따져야하는 것은 너무 괴롭고 힘들며 귀찮은 일이 아닐까? 오지 않은 미래이기에 알 수 없으나, 결국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것이다. 첫째,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둘째,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두 가지 모두 (적어도 본 저자가 보았을 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참고문헌

 

김선호·백영민 (2018). 19대 대선 기간 후보자 간 의혹제기에 대한 팩트체크 뉴스의 설득효과: 팩트체크 뉴스 판정결과와 지지후보를 중심으로. 《언론정보연구》, 55권 1호. 161-194

황용석(2018). 가짜뉴스 담론에서 정보의 신뢰 생태계 구축으로: 유럽연합의 다자간 협력 모델과의 비교. 한국언론재단 언론현안 라운드테이블 발표문(2018. 11. 19).

황용석‧권오성. (2017). 가짜뉴스의 개념화와 규제수단에 관한 연구. 《언론과법》, 16권 1호, 53-101.

JTBC (2017). [팩트체크] 시청자가 뽑은 2017년 최악의 '가짜뉴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567838

Del Vicario, M., Bessi, A., Zollo, F., Petroni, F., Scala, A., Caldarelli, G., ... & Quattrociocchi, W. (2016). The spreading of misinformation onlin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3, 554-559.

Flynn, D. J., Nyhan, B., & Reifler, J. (2017). The nature and origins of misperceptions:

Understanding false and unsupported beliefs about politics. Political Psychology, 38, 127–150.

Rubin, V., Chen, Y., & Conroy, N. J. (2015). Deception detection for news: Three types of fakes, Proceedings of the Association for Information Science and Technology, 52, 1–4.

Silverman, C. (2016). This Analysis Shows How Viral Fake Election News Stories Outperformed Real News On Facebook. Available at: https://www.buzzfeednews.com/article/craigsilverman/viral-fake-election-news-outperformed-real-news-on-facebook

Shu, K., Sliva, A., Wang, S., Tang, J., & Liu, H. (2017). Fake news detection on social media: A data mining perspective. ACM SIGKDD Explorations Newsletter, 19, 22–36

*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ety)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디지털사회] 제17호

발행인: 조화순

발행일: 2019215

ISSN 2586-3525(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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