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 26호: 인터넷 실명제 도입 여론을 바라보며

Author
ssk
Date
2019-11-15 11:07
Views
1796
인터넷 실명제 도입 여론을 바라보며

임정재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최근 인터넷 악성댓글 문제에 관한 사회적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연예인, 스포츠선수, 정치인과 같은 유명인들의 피해사례는 빈번히 발생하여 왔고, 일반인들의 피해사례도 확인된다. 2018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한국정보화진흥원, 2018)에 따르면, 성인 응답자 1,500명 중 22.4%가 언어폭력, 13.2%가 명예훼손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는 2017년 조사와 비교하였을 때 각각 7.4%p, 4.5%p 증가한 수치이며, 2015년 조사와 비교하였을 때는 각각 11.3%p, 8.3%p로 꾸준히 증가하였다(한국정보화진흥원, 2017).

악성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 다음은 댓글 시스템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관련 조치가 부족하며 더 강하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지디넷코리아, 2019). 이러한 측면에서 악성댓글 작성과 인터넷상의 폭력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안의 요구가 다시금 거세지고 있으며, 최근 국회에서는 인터넷 준 실명제(아이디 전체 및 IP주소 공개)와 관련된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경우 2001년부터 시행되어오고 있지만, 2007년 시행된 인터넷 실명제의 경우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되었다. 위헌결정의 주된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공익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과거 도입단계부터 표현의 자유, 사생활 자유, 불평등 규제, 영장주의 침해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박경신, 2009)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익명성이 악성댓글과 같은 폭력적 행위를 유발하는 것일까? 익명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악성댓글이 줄어들까? 익명성과 악성댓글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들은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몇몇 연구들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주장하며, 이를 몰개성화(deindividuation)로 설명하고 있다(김소담·양성병, 2015, 정백, 2010; Moore et al., 2012; Cho & Kwon, 2015). 익명성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고, 사회적 규범에 대해 둔감해지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악성댓글 작성 등의 폭력적인 행위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반대의 입장에서는 익명성에 따라 악성댓글 작성 빈도나 비방성 정도에는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게시판의 구조적 특성(한성일, 2009)이나 규범적 특성(Rösner & Krämer, 2016)을 강조한다.

한편 익명성과 악성댓글 간의 직접적 경로보다 사회심리적 요인을 통한 간접적 경로가 중요하다는 주장(김한민, 2018; 김한민·김기문, 2018)도 있다. 익명성은 일탈 행위를 정당화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익명성은 합리화 정도나 도덕성에 매개되어 악성댓글 작성과 연관되므로 익명성 그 자체보다는 일탈 행위에 대한 개인들의 태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접근은 일탈 행위를 설명하는 사회유대 이론의 신념(belief, 사회적 규칙을 지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신념) 혹은 사회학습 이론의 정의(definitions, 사이버 폭력행위가 옳은 행위인지 그렇지 않은지 정의하는 것)와 유사하다.

인터넷 실명제가 재도입된다면, 악성댓글 가해 및 피해빈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인터넷 실명제 도입 이후 댓글의 비방과 욕설이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우지숙 외, 2010)가 있다. 그러나 법학적 논의들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비춰볼 때, 인터넷 실명제의 완전한 재시행은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미 대부분의 댓글 시스템이 준 실명제의 형태이므로, 새로운 인터넷 준 실명제 법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악성댓글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 그 사회적 접근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익명성과 악성댓글 작성 간의 논의에 비춰볼 때, 익명성이 보장되어야하는 인터넷 환경이라면 개인들의 합리성이나 도덕성을 통해 해결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법적인 제재의 강화와 더불어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율적 이성을 강화하는 윤리적 규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김민기·이진로, 2009). 즉, 인터넷 이용자들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고취 시키는 교육프로그램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철없는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라고 간주하였던 고정관념과 달리 성인들의 악성댓글 작성행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로 신고당한 악성댓글 작성자들의 연령별 현황을 분석한 기사(시사저널, 2019)에 따르면 40~60대의 ‘시니어 악플러’ 관련 사이버 피해사례가 증가하였다. 또한 사이버폭력 실태조사(한국정보화진흥원, 2017; 한국정보화진흥원, 2018)의 결과에 따르면 50대의 인터넷 언어폭력 가해 경험 비율은 2017년 7.7%에서 2018년 12.0%로 4.3%p 증가하였고, 명예훼손 가해경험 비율도 2017년 5.2%에서 2018년 7.6%로 2.4%p 증가하는 추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폭력 교육이 다수의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에 반해, 성인 대상 프로그램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악성댓글 작성을 자제하고 성숙한 토론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상을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과 정부 주도의 의식 전환 캠페인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김민기, 이진로. 2008. “인터넷의 공공성과 ‘악플’에 대한 대처 방안에 관한 연구”.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 9:5-50.
김소담, 양성병. 2015. “온라인 뉴스 사이트에서의 일반댓글과 소셜댓글의 비교분석”.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5(4):391-406.
김한민. 2018. “페이스북에서 사이버 특성과 악성댓글의 관계”. 『Journal of Information Technology Applications & Management』, 25(1):87-104.
김한민, 김기문. 2018. “온라인 게시판에서 익명성과 악성댓글 사이의 관계 연구”. 『대한경영학회지』, 31(6):1095-1115.
박경신. 2009.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 『헌법학연구』, 15(3):75-112.
시사저널. 2019-11-02. “[악플공화국] 잡고보니 엄마·아빠·부장님…4060 ‘시니어 악플러’의 민낯”.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92311
우지숙, 나현수, 최정민. 2010.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제한적본인확인제 시행에 따른 게시판 내 글쓰기 행위 및 비방과 욕설의 변화를 중심으로”. 『행정논총』, 48(1):71-96.
정백. 2010. “익명성과 악성댓글 경험량,악성댓글 규범성 인식이 악성댓글 게시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웹사이트를 악의적 사이트로 인식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 차이를 중심으로”,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 16: 345-381.
지디넷코리아. 2019-11-08. “인터넷실명제 ‘10명 중 9명’ 긍정적”. https://www.zdnet.co.kr/view/?no=20191108114335
한국정보화진흥원. 2017. 『2017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한국정보화진흥원. 2018. 『2018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한성일. 2009. “인터넷 댓글의 비방성에 대한 연구”. 『한말연구』, 24, 287-314.
Cho, D., & Kwon, K. H. (2015). The impacts of identity verification and disclosure of social cues on flaming in online user comment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51, 363-372.
Moore, M. J., Nakano, T., Enomoto, A., & Suda, T. (2012). Anonymity and roles associated with aggressive posts in an online forum.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8(3), 861-867.
Rösner, L., & Krämer, N. C. (2016). Verbal venting in the social web: Effects of anonymity and group norms on aggressive language use in online comments. Social Media+ Society, 2(3),1-13.

 

[디지털사회] 제26호
발행인: 조화순
발행일: 2019년 11월 15일
ISSN 2586-3525(Online)

 

*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ety)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