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 24호: 데이터 경제의 지속가능성: 사회화 vs. 시장화

Author
ssk
Date
2019-09-16 07:48
Views
186
데이터 경제의 지속가능성: 사회화 vs. 시장화

강정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리가 살고 있는 데이터 경제의 특징은 사용자들이 글쓰고, 말하고, 구매하고, 움직이며 생성하는 데이터가 급속히 자본화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방식의 데이터 경제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향에서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새로운 반독점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언론에서 제기되기도 하며, 기본 소득에 관한 논의도 진지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데이터의 자본화를 근본적으로 막고 노동에 귀속시켜 보상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면, 자본으로서 데이터 관점은 데이터 소유의 사회화 운동으로 귀결되고, 노동으로서 데이터 관점은 데이터 소유의 시장화 운동으로 귀결된다. 즉, 전자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 생산되는 데이터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함을 인정하고 공공재 구축에 대한 보상을 공공적으로, 즉 기본소득과 같은 형태로 해줘야 사회경제체계가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후자의 입장은 데이터는 사적 소유의 대상인데, 현재 데이터 소유권은 비민주적으로 독점되고 있기에 데이터 경제의 가치 극대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보며, 생산된 데이터의 가치에 비례하게 개별 보상을 해줄 데이터 노동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입장이 더 타당한가? 어떤 입장에 근거한 해결책이 더 실현 가능한가? 최소한 각 해법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제도적 조건은 상이하다. 우선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 뿐 아니라 세계적 거버넌스 차원에서 강력한 규제와 합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데이터의 흐름과 결합은 이미 국가간 경계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초국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본이 초국적이 되었을 때 자본세를 거두어들일 방법(피케티, 2013[2014])이 제대로 모색되지 않는다면, 자본으로서 데이터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활용해 소득 재분배를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급부상한 데이터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은 금융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재분배를 모색하고자 하는 비교적 오래된 질문에 해답을 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해법 모색이 너무 요원하다고 판단한다면, 데이터를 노동으로 인정하고 데이터 생산을 직접 보상할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데이터 기여에 대해 차별적 보상을 해주기 위해서는 데이터 노동시장이 제도적으로 발달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구현은 얼마나 가능한가? 그런데 이러한 노동시장의 구현은 상당한 기술적인 토대를 갖추는 것이 필요힐지 모른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초연결사회에서 사용자 개개인이 생산한 데이터의 기여도를 기술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여도는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측정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딥러닝(deep leaning)으로 대표되는 데이터 학습의 시대에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했을 때 성과가 더 좋은지 복잡할지언정 평가가 가능하다면, 데이터 기여분을 측정하고 보상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가 폭발적 경제적 수익을 내는 과정은 특정 데이터 소스가 다른 소스에 비해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데이터 소스 간의 ‘결합’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여분 측정을 통해 보상을 한다는 것이 과연 특수한 종류의 데이터 생산을 넘어 보편화될 수 있는 기술일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서로 복잡하게 얽혀서 가치를 생산하는 다양한 데이터의 결합을 분해하고, 개별 데이터 노동자의 기여를 측정할 수 있는 노동시장 플랫폼이 구현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플랫폼 노동자’를 사회 곳곳에서 목격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노동은 택배 배달이나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s)처럼 아직은 이상적 노동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주로 관찰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데이터 생산에 대한 디지털 존엄성을 확보해줄 수준으로 노동시장 플랫폼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아마도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다. 블록체인은 적어도 온라인 상의 모든 거래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앙의 통제 없는 신뢰의 기술적 구현 혹은 기술에 기반한 진정한 민주화가 실현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적 환경이라면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 남긴 흔적들의 가치를 인정받고 대가를 지불받는 시장이 형성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데이터 노동을 성공적으로 시장화시킨다고 해서 데이터를 생산해온 사용자들이 지금보다 더 풍요로워질까? 이 질문에 대한 유용한 대답은 생산물 유통시장의 소위 ‘민주화’를 잘 소개한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 경제학”(Anderson, 2006)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앤더슨 본인이 이 책에서 시장의 민주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듯이, 과거에는 판매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던 소수 취향의 상품들이 지식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통시장에서는 발굴되고 판매된다.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할 기회를 얻고 있으며, 그러한 소수 상품들의 소비가 상품별 판매 순위 그래프에서 롱테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판매 시장의 민주화는 소수 상품의 생산자들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는가? 우리는 롱테일 경제학의 현실을 상품별 순위가 아닌 기업별 순위로 바꿔 그래프를 그려봤을 때 전혀 다른 비전을 갖게 된다. 시장의 민주화는 기업 간 순이익의 극심한 불평등을 의미하며, 민주화된 시장은 아마존이라는 유통기업을 전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주었다(https://www.businessinsider.com/amazon-ceo-jeff-bezos-richest-person-net-worth-billions-2018-12).

현대의 영향력 있는 1인 크리에이터 혹은 인플루언서(influencer)라 불리는 디지털 컨텐츠 생산자들은 광고수입 만으로도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상당한 소득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생산자들은 현대 경제제도 하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본인들이 생산한 데이터에 대해 간접적으로 큰 보상을 받는 집단일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보상을 지불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데이터 생산 자체에 대한 보상까지 주어질 때 데이터 생산자 간 소득 불평등은 지금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데이터를 노동으로 인정하고 보상하자는 관점은 근본적으로 노동친화적 관점과는 상관이 없다. 더불어 데이터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관점 역시 자본 친화적일 필요가 없다. 다만 데이터를 노동으로 인정하자는 관점은 데이터의 시장화를 모색하며, 데이터를 자본으로 인정하자는 관점은 데이터 생산의 사회적 성격을 받아들이고 재분배를 모색할 뿐이다. 기본소득이나 블록체인에 의한 분배 중 어떤 것도 본격적으로 실행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이정도 정리가 최선의 진단일 것이다.

참고문헌

토마 피케티(장경덕 외 옮김). 2013[2014].『21세기 자본』. 글항아리.

Anderson, Chris. The long tail: How endless choice is creating unlimited demand. Random House, 2007.

*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ety)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디지털사회] 24

발행인: 조화순

발행일: 2019915

ISSN 2586-3525(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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