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 22호: 세대정치와 청년대표성

Author
ssk
Date
2019-07-25 04:32
Views
398
세대정치와 청년대표성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0년 대 이후 한국에서 세대정치는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였지만, 한국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언제나 그렇듯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지금도 여의도 정가에는 주요 당 대표로 이해찬, 황교안, 정동영, 손학규 등 6-70대 의원들이 현역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거기에 다수의 고문 급 정치인들의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반면에 눈에 띄는 청년 정치인을 찾기는 쉽지 만은 않다. 특히 작년에는 집권당인 민주당에서 당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 청년 몫 할당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한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하였다. 연륜 있는 당대표들의 활동을 보고 있으면, 요즘은 정치적 안정성을 먼저 기대해 보기 보다는, 가뜩이나 여의도에서 과소대표(under-represented)되고 있는 청년세대의 현주소를 고민해 보게 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세대 간 갈등의 조짐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얼마전 우리 사회를 큰 사회적 혼란에 빠뜨렸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도 그 근본적 원인을 두고 보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그 기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따라서 인구감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청년세대들은 국민연금과 관련해 세대 간 형평성 보장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려할 것이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런데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들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세대정치의 부상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세대가 정치 전면에 등장한 대표적 예로는 2015년 스페인 총선에서 청년 돌풍을 일으킨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를 들 수 있다. 스페인의 청년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경기불황에 따른 정부의 불가피한 긴축재정 정책 속에서 높은 실업률과 살인적인 주거비에 내몰리게 되었다. 이렇게 코너에 몰린 청년세대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듯, 1978년생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2014년에 포데모스라는 신생정당을 창당하게 되는데, 이 정당의 다수 당원들은 2-30대의 청년들이다. 포데모스는 2015년 12월 총선에서 20.7%의 득표율을 올리고 하원에서 69석을 차지해 창당 후 불과 1년여 만에 제3정당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경제 불황으로 코너에 몰린 청년세대의 분노가 오래된 스페인 양당체제에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대부분의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도가 결코 높지 않다는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스페인의 포데모스 돌풍은 분명 눈에 들어오는 사례이다. 국제의원연맹(IPU)이 2018년에 발간한 국가 의회에서의 청년 참여 보고서(Youth Participation in National Parliaments 2018)에 따르면, 청년세대의 정치활동은 많은 국가에서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세계적으로 15~25세의 청소년들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5에 달하지만, 30세 이하의 청년들이 전 세계의 국가 의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청년 세대 대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데 있을 것이다. 보고서에 포함된 조사 대상 128개국 가운데 30세 이하가 의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스웨덴은 12.3%로 1위를 차지했는데, 한국은 미국과 함께 공동 88위(최하위, 0%)를 기록했으며, 40세 이하의 경우에도 41.3%로 덴마크가 1위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2.3%로 120위에 랭크되었다.

20대 국회에 20대 의원은 단 한 명도 없고, 30대는 3명이며, 의원들의 평균연령이 55.5세라는 현주소가 이렇게 낮은 랭킹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2-30대 비중은 전체 광역이나 기초의회에서 모두 체 1%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인구비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대표성이 반드시 좋은 대표성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의 정치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에서 정치 후속세대를 길러내는 체계적 프로그램이나 제도가 부실하다는데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장의 많은 정치인들은 우리 정치가 청년들을 발탁하고 영입하는 것보다 인재를 육성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의 정치 선진국들에서는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체계적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우리가 아는 유명 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이들 육성 프로그램을 경험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 사민당은 당내 기관으로 청년정치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기민당(CDU)에선 청년유니온(Junge Union)이, 사민당(SPD)에선 ‘젊은 사회주의자’라는 뜻의 유소스(Jusos)가 운영되고 있다. 스웨덴의 라인펠트 전 총리가 보수당 청년위원회 출신이며,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도 사민당 유소스 출신이다. 가까이는 이웃 일본의 아베 신조와 아소 다로 전현직 총리들 또한 자민당 청년국장 출신들이다. 앞서 언급된 포데모스의 이글레시아스도 14세 중학생 시절부터 스페인 공산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였다.

물론, 청년대표가 청년세대를 가장 잘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분명한 사실은 IPU 보고서가 기술하듯, 적어도 정치권에서 청년세대는 일종의 “배재된 다수(excluded majority)”라 할 수 있다. 경륜과 안정도 중요하지만, 고른 대표성과 정치 후속세대 양성도 결코 우리 사회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과제일 것이다.

*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ety)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디지털사회] 제22호
발행인: 조화순
발행일: 2019년 7월 15일
ISSN 2586-3525(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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