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52호: 온라인 플랫폼과 민주주의의 미래: 대만 CCW(Citizen Congress Watch)의 사례

작성자
ssk
작성일
2024-06-14 11:20
조회
107
온라인 플랫폼과 민주주의의 미래: 대만 CCW(Citizen Congress Watch)의 사례

 

한은수(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들어가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참여의 장으로 그 기능이 집중되어 왔다.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관여(engagement)하거나 참여(participation)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기능이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와 같은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아우르는 디지털 기술은 세계 각지에서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고 참여를 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과 이메일 그리고 휴대폰과 SNS 이용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 혁명은 시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며, 흔들리는 대의 민주주의 체계를 획기적으로 수정-보완 혹은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해법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정재관 2013).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통 경로가 다양해지고 특히 연령층이 낮은 유권자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 의미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과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의 관계에 관한 연구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뉴스 접근이나 소통이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율을 높이고 이는 곧 높은 투표율로 연결된다고 주장해왔다(Zhao and Chaffee 1995; Kay and Johnson 2002; Corrigall-Brown and Wilkes 2014).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뉴스 접근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시민들의 정치참여는 그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온라인 공론장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토론형태의 참여 또는 특정 이슈와 관련된 안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투표형태의 참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2010년 아랍의 봄(Arab Spring), 2011년 스페인의 인디그나도스 운동(Indignados movement), 2014년 대만의 해바라기 운동(Sunflower movement) 등은 SNS를 통해 정치적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사례로 기존의 체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정치참여의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정부 또는 정당 차원에서 역시 숙의와 참여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 활용 방법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수행하게 되는 2단계의 역할에 대해서 검토하고, 2단계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대만의 CCW(Citizen Congress Watch)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민주주의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2단계 역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공고화된 현재의 시점에서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정치적 참여의 장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의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은 디지털 기술 발전의 단계와 정도에 따라 심화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두 단계로 나누어 보면 1단계를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단계(developing level), 2단계를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놓고 디지털 기술의 공고화와 대중화(consolidation and popularization level)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저자가 디지털 ICT의 발전단계를 주제로 구성한 그림이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사용 역시 지속해서 증가해왔다. 또한, 소셜미디어 활용은 선거, 정당활동, 시민입법 플랫폼 등 그 범위 역시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며 발전한 디지털 기술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정치적 활용 측면에서 기대되었던 효과는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1단계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기대되었던 역할은 소셜미디어, 온라인 플랫폼의 적극 활용을 통한 참여(participation) 증진이었을 것이다. 소셜미디어 사용의 증가는 과거 단방향으로만 이루어지던 매스미디어(mass media) 시대의 정보 접근이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양방향 소통으로 가능해졌고 이는 시민들에게 물리적, 경제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공론화할 수 있는 창구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후 2단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단순히 참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정부 또는 정치에 대한 감시(surveillance)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실제로 권위주의 체제의 디지털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 방식이 ‘기술 사용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에서 ‘기술을 활용한 감시와 통제’로 바뀌면서 디지털 기술 발전과 민주주의와의 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온라인 플랫폼은 정부가 시민을 감시하는 수단이 아닌, 시민들이 정부의 활동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1단계-2단계에 걸쳐 정부 기관 주도의 “스마트시티”나 “e-거버넌스” 사업과 같은 하향식 기획(전병근 2021)의 구조에 관한 연구와 평가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시민들 또는 비정부 기관 차원에서 시도되는 상향식 구조에 관한 연구와 평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온라인 플랫폼이 민주주의에서 수행할 수 있는 두 가지 역할, ‘시민들의 정치 참여 활성화’와 ‘정부와 정치에 대한 감시’가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는 것이 아닌 선순환 구조로 작동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만의 CCW(Citizen Congress Watch) 사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정치적 참여의 확장은 국가마다 그 범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여러 국가들에서는 정부 혹은 정당의 주도로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on democracy), 직접 민주주의(direct democracy) 등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시스템(K-Voting)과 현재는 폐지되었으나 2016년 출범했던 ‘국회 톡톡’과 같은 청원 플랫폼이 있었고, 해외에서는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어 유럽의 플랫폼 정당들에서 활발하게 사용된 온라인 토론 플랫폼 “루미오(Loomio)”, 시민들의 의견수렴과 수정이 가능한 대화형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했던 해적당(Pirate Party)의 “리퀴드 피드백(Liquid Feedback)”, 정보제공은 물론 토론과 투표도 가능한 아르헨티나의 “데모크라시 OS(Democracy OS)” 등이 다양한 쟁점 사안에 대한 시민참여를 확대하는데 기여한 바 있다.

대만의 CCW(Citizen Congress Watch)는 시민참여의 활성화와 동시에 정부 감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성공적인 플랫폼의 사례이다. CCW는 2007년 50여 개의 비정부 기관의 주도로 설립된 국회의원 감시조직으로, 대만 내에서 의원평가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유일한 조직이다. CCW는 2024년 총선을 위해 2023년 10월에도 전체 국회의원 평가를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들은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문제가 발견될 경우 후보자에 대한 징계, 입법 투명성 유지, 인사 검증의 적법 절차 준수, 선거 비용 지출 검토, 청문회 개최 등을 정부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정치참여와 감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Taipei Times 2024).

CCW가 의원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은 두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차 심사와 2차 심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1차 심사의 경우 약 6개월간 진행된다. 1차 심사를 위해 다섯 개의 평가 분과위원회가 참여하도록 하고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총 네 차례의 평가절차 검토가 병행되며 한 차례의 오프라인 토의가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총 17차례의 1차 심사가 진행되었고 1,493건의 시민평가 위원단의 질의 절차를 거쳐 2차 심사가 진행되었다. 이후 1차, 2차 심사의 결과를 종합하여 우수 의원과 추가 검토를 필요로 하는 의원으로 구분하여 발표하였다(CCW 2023). 이들은 객관적인 정량적 평가를 위해 의원들의 출석률, 법안 발의 건수와 법안가결률 등을 통해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 외 다양한 언론 보도자료, 의원들의 원외 활동에서 한 발언 내용을 채택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성적 평가를 위한 평가자료로 시민평가 위원단이 직접 작성한 의원 관련 평가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는 1차 심사 과정에서 대규모의 시민평가 위원단이 꾸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는 단순히 결과 발표 공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평가 위원회의 참석은 물론 의원들과의 오프라인 모임을 소집하고 결과에 대한 토의, 결과 내 의원들이 보완하고 주목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서 토의를 진행하는데 이는 지역별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과 민주주의의 미래

 

디지털 기술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들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민들이 물리적, 경제적 제약 없이 온라인 공론장을 통해 토론과 숙의 과정에 더욱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높이는 온라인 플랫폼들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더해 함께 숙고하여야 할 문제는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로 이루어진 온라인 토론과 투표의 결과들이 실제 정치 또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됨으로써 시민들의 참여가 실제 의사결정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와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향식 구조의 감시의 역할이 선순환 구조로 작동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수의 참여를 1차적인 목표로 이끌어냈다면 이제는 다수의 참여를 기반으로 상향식 감시의 역할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차원의 숙고가 필요한 때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참여와 감시의 두 가지 역할이 선순환적 구조로 작동할 때 시민들의 참여에서 숙의를, 시민들의 감시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전병근. 2021. 『대만의 디지털민주주의와 오드리 탕』. 서울: 스리체어스.

정재관. 2013. “정보통신기술 혁명은 위기의 대의 민주주의를 구할 것인가?” 『국제관계연구』18(2): 137-164.

Corrigall-Brown, C., and R. Wilkes. 2014. “Media expososure and the engaged citizen: How the media shape political participation.” Social Science Journal 51: 408-421.

Kay, B. K., and T. J. Johnson. 2002. “Online and in the Know: Uses and gratifications of the web for political information.” Journal of Broadcasting and Electronic Media 46: 54-71.

Taipei Times. 2023. “Watchdog urges legislative candidates to sign pledges.” https://www.taipeitimes.com/News/taiwan/archives/2023/11/29/2003809871

Taiwan Insight. 2023. “The digital evolution in Taiwan and Japan: Implications for political communication.” University of Nottingham, Taiwan Research Hub. https://taiwaninsight.org/2023/11/22/the-digital-evolution-in-taiwan-and-japan-implications-for-political-communication/

WIRED. 2022. “What the world can learn from Taiwan’s digital democracy?” https://www.wired.com/story/global-neighbourhoods-digital-democracy/

Zhao, X., and S. Chaffee. 1995. “Campaign Advertisement versus Television News as Sources of Political Issue Information.” Public Opinion Quarterly 59: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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