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 34호: 탈진실성 시대의 뉴노멀?

Author
ssk
Date
2020-07-17 01:12
Views
281
탈진실성 시대의 뉴노멀?

최재동*



2016년을 기점으로 급증한 허위조작 및 오정보(disinformation and misinformation)와 관련된 연구들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긍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있다(Miller and Vaccari 2020).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개별 이용자들의 정보접근성(accessibility)을 용이하게 하고 다양한 수단을 통한 정치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2016년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Brexit) 투표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 허위정보의 유포와 확산을 통해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고 정파(faction) 간에 정치적 양극화와 불신을 조장하는 등 민주주의의 정통성(legitimacy)과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디스토피아(dystopian) 담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Benkler(2006)와 Shirky(2008) 등의 연구를 통해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생산(social production)과 비전통적인 형태의 조직(decentralized organizations)을 통한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에 대한 낙관(utopianism)이 크게 유행했을 때에도, 디지털 미디어가 정치과정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이고 비민주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되었다(조화순, 최재동 2010).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과거의 위기 담론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Miller and Vaccari 2020). 첫째, 현재의 디지털 미디 기술은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선별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민희, 김정연(2019)에 따르면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정보이용의 패턴을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에서 선택 받은 노출(selected exposure)로 변화시킨다. 전자가 이용자의 선택에 의한 능동적 정보 편향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이용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수동적 정보 편향을 의미한다. 비록 개인의 과거 정보 검색 기록(digital footprint)이나 디지털 정체성(digital identity) 등이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이지만,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정보 편향은 다양한 정보와 관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만약 이용자들이 분절된 온라인 정보환경에서 편향된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동일한 현실을 두고도 상반된 해석과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이 같은 정보획득의 분절화와 편향은 진영 논리와 초양극화(hyper partisan)를 부채질하여 정치의 갈등적 속성만을 부각시키고 또 다른 중요한 속성인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둘째, 오늘날 정치적 개인과 집단은 향상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활용해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hate)나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다. 현재의 온라인 정치 참여는 정치 참여의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활성화되었던 과거의 정치참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정치 활동가들이나 정당의 핵심 지지층은 정치적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외세력에 의한 개입가능성이 있지만 브렉시트 투표과정에서도 진영을 막론하고 허위정보가 유통되었는데, 특히 탈퇴 진영에서 거짓정보의 유통이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반대 진영에 대한 혐오 유포와 확산을 통해 이들의 사회적 권리나 정치적 입지를 위축시키는 행태들도 발견된다. 힌두 민족주의가 발흥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뉴델리에서 개최된 대규모의 이슬람 종교 행사 이후 COVID-19의 발병이 급증한 것을 근거로 종교적 소수그룹인 무슬림들에 대한 혐오와 허위정보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다. 이후 일상적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무슬림들에게 가중된 사회적 낙인은 이들의 삶을 더 위협하고 있다. 유통되는 정보의 오염을 통한 미디어 생태계의 파괴는 뉴스 미디어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미디어를 통제하는 국가의 역량이 고도화되었다. 아랍의 봄 사태에서 디지털 미디어는 권위주의 정부의 폭정을 종식시켰던 집단행동을 조직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다수의 국가에서 디지털 미디어는 정부를 감시하기보다는 정부로부터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다. 2016년 기준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 숫자는 전체 인구의 52.2%에 달하며, 이 가운데 71.5%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김진용 2017). 스마트폰은 오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중국에서는 필수적인 생활물품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정부는 모바일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여러 제도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방화장성’이라는 검열 서버를 구축해 특정 사이트에의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또, 키워드 차단,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정보 삭제, 인터넷 실명제 등의 방식을 통해 인터넷을 검열하고 있다. 이 같은 인터넷 통제는 비단 권위주의 국가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스노우든(Snowden)의 폭로 사건에서도 밝혀졌듯 서구의 민주국가(미국)에서도 정보 감시를 통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 국가권력에 의한 조직적인 정보통제와 감시의 강화는 푸코가 우려했던 원형감옥(panopticon)의 감시 체계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황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이처럼 2016년을 기점으로 재점화되고 있는 디스토피아 담론은 정보의 양적 풍요를 가져온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역설적이게도 정보의 질적 저하를 통해 민주주의의 작동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가짜뉴스라는 용어로 정의되고 유행하고 있는 허위조작정보는 뉴스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민주적 정치과정의 안정과 정통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는 새로운 기술혁신이나 이용자 혁신, 제도 개혁을 통해 향후 자정작용을 거칠 수 있을 것인가? 학자들의 전망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Bimber and Gil de Zúñiga(2020)는 현재의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위기는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인식론적 분별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매김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대한 새로운 이용자 규범의 형성과 공유, 플랫폼 설계단계에서부터의 새로운 사용 규칙 제정 등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의 노력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김진용. 2017. “시진핑 시기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발전과 통제.” 『아세아연구』60(2): 456-487.
민희, 김정연. 2019. “지능정보기술과 민주주의.” 『정보화정책』26(2): 81-95.
조화순, 최재동. 2010. “집단지성의 정치.” 『정보화정책』17(4): 61-79.
Bimber, Bruce and Homero Gil de Zúñiga. 2020. The unedited public sphere. New Media & Society 22(4): 700–715.
Benkler, Yochai. 2006. The Wealth of Networks. CT: Yale University Press.
Miller, Miahcel and Cristian Vaccari. 2020. Digital Threats to Democracy. International Journal of Press/Politics 25(3): 333-356.
Shirky, Clay. 2008. Here Comes Everybody. NY: Penguin.

 

* 최재동 박사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BK21플러스 사업단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미국정치, 정치커뮤니케이션, 정치학방법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al Science)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디지털사회] 제34호
발행인: 조화순
발행일: 2020년 7월 15일
ISSN 2586-3525(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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