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 33호: ‘미래에서 온 파편’, 소득보장 논쟁

Author
ssk
Date
2020-06-29 01:31
Views
182
‘미래에서 온 파편’, 소득보장 논쟁

손연우*


 

코로나 사태를 지나며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복지국가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소득보장과 사회보장 강화의 대립적 논쟁으로 만든 것이 바로 기본소득 이슈이다. 그 실행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복지국가의 대안은 아니라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일부 시민사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담론적 논의가 이뤄지던 때와는 달리 최근에는 정치적 책임을 질 만한 인물들이 보편적 소득보장의 필요나 실현가능성을 두고 논쟁에 참여하고 있다. 보수정당 일각에서도 보수의 가치인 자유의 실질적 실현과 맞닿아 있다며 기본소득 아젠다를 배격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복지국가의 균열과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누적되어왔다. 최근 연구에만 국한시켜 보자면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소득보장 연구가 본격화한 것은 2009년 무렵부터이다. 기본소득 논의와 철학적 근거 소개 등이 주를 이루다 점차 타 복지제도와의 관계나 소득재분배,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국별 사례연구나 정책실험 연구 등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대개 연구관심은 정치사회적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에 있기 마련이다. 소득보장 또는 사회보장의 문제처럼 오지 않은 상황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정책 논의는 자칫 연구대상의 후순위에 두고 관망하기 쉽다.

그렇지만 반복된 산업혁명과 기술발전에도 새로운 인간노동의 몫을 찾아온 것은 기술발전이 사회변화를 이끄는 시기에 있었던 열띤 논의와 기술에 대한 사회적 결정 덕분이었다. 기본소득 논쟁은 보편적 소득보장과 선별적 복지 강화 중 어느 쪽에 재정을 투입해야 재정 효율성이 높은가 하는 것과 재정 잠재력 추정에 따른 조세 부담 문제가 주요 쟁점이다. 소득보장에 재정을 투입하자는 측과 복지 수요를 더 찾아내고 사회보장 혜택을 집중 제공하자는 주장이 맞선다. 전자는 기본소득이 4차산업혁명과 노동시장 변화를 고려한 현 복지정책의 대안이며 또한 경제적 해법이기도 하다는 입장이고, 후자는 사회적 위험을 더 세밀히 찾아 지원해 주는 방안이 재정 효율성에 부합한다고 본다.

주장들을 들여다보면, 기본소득 반대측은 기본소득의 이념형(ideal type)을 상정한 채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찬성측은 다양한 변형안을 제시하며 전략적 실현가능성을 타진한다. 사실 소득보장을 목표로 한 정책은 기존 복지국가에서도 없지 않았는데, 가령 기초연금 및 농민수당, 청년수당 등과 같은 각종 수당제도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보편적, 무조건적, 정기적으로, 개인에게 제공되는, 충분한 규모의 현금이라는 기본소득의 원형적 정체성에 비추어 볼 때 기존 수당들과 기본소득은 다르다. 더불어,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지속가능 조건과 현행 임금체계 중심 복지제도의 변화 가능성이라는 보다 큰 맥락에서도 그 필요성을 타진해 보아야 한다.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제도 내 구성원들은 제도와 정책에 대한 새로운 선택을 모색할 것을 요구 받는다는 점(Shepsle, 2006; Meyer & Rowan, 1977)에서 고정된 복지 원리를 고수하기 보다 사회변화에 따른 조정도 필요할 것이다.

새로 시작한 국회에서는 기본소득을 두고 입법경쟁을 벌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진영을 가로질러 기본소득제와 사회보험 강화를 두고 정책대결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지난 4월 총선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두 이슈정당에서 비례대표 한 명씩이 나오기도 했다. 기본소득이 기술발전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구조적 불황을 이겨낼 방안이라는 입장, 사회보험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 없는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한다는 기본소득에 대한 유보적 입장, 기본소득에 반대하고 사회안전망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 등으로 다양하다. 기본소득을 경제 보완책으로 내세우는 쪽에서는 전통적 고용관계를 근간으로 한 사회보장정책을 보완하거나 확대하는 방향을 고수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으로 변화 중이며 과격하게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면,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수정보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기술∙노동시장 변화기에 국가가 할 일은 노동자를 재훈련시키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공동설립자인 필리프 판 판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의 글을 번역한 홍기빈은 기본소득을 ‘미래에서 온 도자기 파편’에 빗대었다. 소득보장과 사회보장에 대한 정책 논의와 연구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결정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의미일 것이다. 누가, 어떤 미래로 우리의 현재를 견인해 가고자 하는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참고문헌>

Shepsle, Kenneth A. 2006. “Rational Choice Institutionalism.” In The Oxford Handbook of Political Institutions, edited by Rhodes, Rod AW, Sarah A. Binder, and Bert A. Rockman, 23-38.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Van Parijs, P., & Vanderborght, Y. 2017. Basic income: A radical proposal for a free society and a sane economy. Harvard University Press.

 

* 손연우 박사는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문연구원이며, 주요 연구관심분야는 한국의 불평등과 복지정치입니다.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al Science)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디지털사회] 제33호
발행인: 조화순
발행일: 2020년 6월 15일
ISSN 2586-3525(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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