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 28호: 디지털 포용: 모두를 위한 기술

작성자
ssk
작성일
2020-01-14 06:49
조회
3692
디지털 포용: 모두를 위한 기술

오주현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 연구교수

음식점, 쇼핑몰, 극장, 지하철역, 공항 등 우리 생활의 곳곳에 무인단말기 키오스크(Kiosk)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키오스크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사업주에게 환영받는 디지털 기기이지만 노년층, 장애인이 겪는 디지털 소외 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기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현실은 통계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8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노년의 경우 디지털 기기를 소유하거나 이용 할 수 있는 기회의 차이를 의미하는 접근 격차는 일반국민을 100으로 했을 때 90.1로 상당 폭 좁혀졌다. 그러나 이용 능력을 의미하는 역량은 50.0, 활용격차는 62.8로 상당 수준 벌어져 있음을 보여준다(한국정보화진흥원, 2018).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01년부터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을 시행하고 경제적, 지역적, 신체적 또는 사회적 여건으로 인한 접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현재는 『국가정보화기본법』에 명시되어 장노년,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등 정보소외계층의 이용 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정보화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전략위원회(2018)는 「지능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제6차 국가정보화 기본계획(2018년~2022년)」에서 사람 중심의 지능정보사회 실현을 위한 디지털 포용정책을 국가정보화 추진 과제로 선정하고 지능화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즉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 이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디지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디지털 활용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여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혁명적 변화와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한국정보화진흥원, 2018).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활에 더욱 깊숙이 파고드는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는 물리적 생활공간까지 변화를 야기하면서 디지털 소외의 유형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기술 확산과 정보격차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살펴보자면 시장 논리에 의해 시간이 지나면 기술 확산에 대한 집단 간 격차가 소멸된다는 정규화 모델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집단 간 격차가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계층화 모델이 보다 설득력 있음을 알 수 있다(Norris, 2001). 더욱이 인터넷·모바일로 야기된 정보격차가 미처 해소되지 않은 채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과 같은 지능정보기술이 또 한 차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예고하고 있어 디지털 취약계층이 겪는 불평등을 가속화 시킬 우려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포용 정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으려면 어떠한 대안이 필요할까?

우선 생활기술(life technology)로서 정보화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50대 이상 고령층의 유튜브 이용시간이 상당 수준 증가했음이 회자되고 있지만, 콘텐츠 소비중심의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 이외에도 디지털 플랫폼 활용이 고령층의 일상생활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20~40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뱅킹, 온라인 쇼핑이나 기차, 택시, 병원 등 예매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사용할 경우 만족도가 더욱 클 수 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 내에서도 정보격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오주현, 2017). 연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1963~1955년 출생자) 1,398명 중 26.5%가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의 비이용 집단으로 나타났으며, 24.7%는 로그인이 필요 없는 단순 정보 검색 가능 집단이었다. 한편 온라인 계정을 이해하는 집단은 22.8%,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집단이 26%로 나타났다. 디지털 플랫폼 활용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거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계정을 이해하고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수준의 역량이 필요하다. 즉 이와 같은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이용하고 싶지만 이용하지 못하는‘비자발적 비사용자’가 상당 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자발적 비사용자를 디지털 수혜자로 포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공식적인 디지털 조력자(digital supporter)이다. 일부 연구에서 함께 거주하는 자녀가 부모 세대의 디지털 조력자로서 정보격차에 긍정적인 영향은 주는 것을 확인 한바 있다(오주현, 2017; 황현정·황용석, 2017). 그러나 자녀의 독립으로 노인부부 가구, 독거노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비동거 자녀의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다. 또한 개인차가 있겠지만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가 다르다는 점에서 동년배의 도움을 받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밖에 디지털 역량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는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기간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화교육이 있다. 정보화교육에 대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보화 교육장에서 특정 시간 동안 집합 교육의 형태로 가르침을 받는 정보화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즉 필요시 반복적으로 물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조력자가 있다면 어떨까? 디지털 조력자는 집합교육이 아닌 1:1로 사용법을 가르쳐 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애플리케이션 설치, 기본 세팅(로그인) 등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주고 활용을 유도하여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전자민원이나 인터넷 뱅킹 등 일부 서비스의 경우 상당 수준 개인정보 노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디지털 조력자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본고에서 생활 기술로서의 디지털 역량, 디지털 조력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현재 실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는 IoT 나 AI 기기 등 지능정보기술이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과 연동된 건강관리와 같은 특정 목적에 최적화 된 지능정보기술의 사용에서 배제 된다면 정보격차의 양상은 건강격차, 궁극적으로 삶의 질의 격차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장·노년층 역시 디지털 플랫폼을 생활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며 디지털 조력자는 대상에 따라 역량 향상을 위한 도움을 제공하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디지털 포용사회임을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오주현. (2017). 장노년층의 사회적 관계와 스마트 미디어 이용에 관한 연구: 세대 내 정보격차 조명과 세대 간 보완 관계의 효과. 연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황현정·황용석. (2017). 노인집단내 정보격차와 그에 따른 삶의 만족도 연구: 가구구성형태 효과를 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 24(3): 359-386.
정보통신전략위원회. (2018). 지능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제6차 국가정보화 기본계획(2019~2022년).
한국정보화진흥원. (2018).『2018 국가정보화백서』.
한국정보화진흥원. (2018).『2018 정보격차 실태조사』.
Norris. (2001). Digital Divide. Cambridge University Press.

 

*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ety)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디지털사회] 제28호 발행인: 조화순
발행일: 2020년 1월 15일
ISSN 2586-3525(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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