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54호: 한국 디지털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EU의 허위조작정보 대응 사례 참고

작성자
ssk
작성일
2024-12-26 16:43
조회
78

한국 디지털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EU의 허위조작정보 대응 사례 참고

 

김정연(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 확산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경각심이 높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현재까지 시행된 여러 방안에도 불구하고,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의 확산은 개인의 일상적 이슈인 건강, 안전 등의 아젠다에서 시민을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양극화를 촉진시켜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하는 등 다양한 유해 결과를 초래한다. 이 글은 유럽연합(EU)의 대응 정책을 참고하여 공동규제(co-regulation) 아이디어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대응전략을 검토한다.

최근 몇 년 동안 EU는 허위 정보, 정보 조작 및 간섭, 특히 외국 행위자의 위협과 영향으로부터 유럽의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것을 정책적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 2023년 EU는 민주주의 수호 패키지(Defence of Democracy Package)를 통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고자 했다. 이 패키지는 민주주의 보호, 시민 참여 촉진을 위한 권고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입법 제안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다. 이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사회적 분열을 막는 기관의 신뢰 증진과도 관련이 있다.

EU는 2018년부터 주요 기술 플랫폼, 시민사회, 연구기관과 협력해 허위조작정보 실행강령(Code of Practice)을 마련했다. 이는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자율 규제 기준에 동의한 세계 최초의 사례이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실행강령은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트위터(Twitter), 틱톡(TikTok)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업체, 광고계 관계자, 시민사회, 연구조직 등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해 실천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운영한다는 내용이다(European Commission, 2023).

실행강령은 세부적으로 허위조작정보 제공자에 대한 수익 삭감, 허위조작정보 전파 과정에서의 조작 행위(가짜 계정이나 봇, 명의 도용, 악의적 딥페이크 등)를 줄이기 위한 조치 강화 등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EU는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 사례는 공적 기관이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정보 품질을 독립적으로 검증해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의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최근 EU는 지속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가치를 강화하는 정책적 대응을 추구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외국 정보 조작과 간섭(Foreign Information Manipulation and Interference, FIMI)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전략적 나침반(Strategic Compass)'을 발표했다. 이는 정보 영역에서의 FIMI에 대한 EU의 일관된 접근과 대응을 더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EU Toolkit’을 내세워 상황 인식, 규제 프레임워크, 외교적 대응을 포함한 외부 조치 등을 포괄한 내용을 강조하였다(EEAS, 2024).

한편, 허위조작정보와 관련한 정책적 대응으로는 디지털 서비스법(the Digital Services Act, DSA) 등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23). DSA는 온라인 불법 콘텐츠나 허위정보와 같은 유해한 콘텐츠에 대처하고 법안에 투명성을 보장하는 구체적 규정을 제안하고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DSA의 경우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이나 초대형 온라인 검색엔진 등의 책임을 강조하고 강화된 의무사항의 준수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EU는 최근 AI 기술의 발전이 AI 기반 범죄, 사기, 대중감시, 계층 차별 등의 위험 확산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AI법을 통해 AI 기반 허위조작정보의 양상을 관리하고,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European Parliament, 2023). 예를 들어, 얼굴 인식 시스템과 같이 기술이 개인의 결정을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 AI 시스템에 대해 위험 관리 계획을 요구하고, 견고성, 사이버 보안 확보 등을 강조한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올해 초 유럽 평의회에서 AI가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존중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최초의 국제 조약을 채택한 바 있다.

EU의 사례는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공적 규제와 자율규제의 병행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EU는 DSA와 같은 규제법을 통해 플랫폼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자율규제를 통해 플랫폼이 허위 정보를 자발적으로 억제하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EU의 디지털 민주주의 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글로벌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회원국 간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권리와 원칙을 제시하여 포용적 디지털 사회를 구축하고자 한다.

한국의 경우 역시 허위조작정보가 파생하는 사회적 문제로 인해 관련 규제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법률적 대응책이 제안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계 및 유관 산업 업계에서 허위조작정보 규제 입법과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실질화를 중심으로 대응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EU 실행강령은 선제적이고, 사후 대응적인 조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디지털 권리 보호 문제를 포괄하여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과 프로토콜이 강화된 프레임워크로 전환하려는 시도의 실효성에 주목할 만하다.

* 이 글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가상융합시대 글로벌 규범 변화와 사회적 연대의 확장> “허위조작정보 대응의 글로벌 규범 이니셔티브 제안”(김정연, 2023)의 글을 수정·보완하였습니다.

<참고문헌>

European Commission, 2023. "Code of Practice on Disinformation: New Transparency Centre provides insights and data on online disinformation for the first time”.

European Commission, 2023. “The Digital Services Act”.

European Parliament. 2023. “EU AI Act: first regulat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European Union External Action, 2024. “Tackling Disinformation, Foreign Information Manipulation & Interference”.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al Science)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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