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 제51호: AI 기술 발전, 친환경 에너지 국가로의 지름길인가, 에움길인가?
작성자
ssk
작성일
2024-03-11 15:02
조회
1284
AI 기술 발전, 친환경 에너지 국가로의 지름길인가, 에움길인가?
정지혜
서울대학교 지능정보사회 정책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
들어가며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 대국에서 알파고의 압승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우려를 현실화한 사건이었다. 반면, 2022년 출시된 챗지피티(ChatGPT)는 AI 서비스가 다양한 일상생활에 본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AI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불과 2년여 간의 짧은 시간만에 일반 대중들의 삶에도 AI가 적극 활용되게 되었다. 이와 같이 AI 기술 개발은 국내외 사회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하며, 시민들의 삶을 빠르고 깊게 점령하였고,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AI 기술 개발 전략을 쏟아냈다. 또한, 기술 개발 전략과 함께 AI 활용에 따라 예측되는 다양한 차원의 문제점(예: 편향성, 허위정보 등)에 대한 규제 논의 또한 점차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 연도 및 국가별 AI 전략 발표 동향 (출처: 스탠포드 AI Index Report 2023) >
AI 기술 개발의 또 다른 그림자, 환경 오염
최근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초거대 인공지능(Hyper-scale AI)’이 화두이다. 이는 기존 AI가 진화된 모델로, 방대한 데이터와 파라미터(Parameter, 매개변수)를 활용하여 인간과 같이 종합적 추론을 도출한다. 예컨대, 2020년 이전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는 100억 개 내외였다면, 현재의 초거대 AI 모델은 최소 1,000억 개 이상의 파라미터와 수천억 개로 구성된 데이터세트를 학습한다. 최근의 초거대 AI 모델은 규모가 더욱 확대되어 심지어 1조 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장착하고 있다[1].
이와 같이 AI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활용한 반복적 학습이 필수적이며, 이에 따라 초거대 AI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간동안 상당한 수준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예컨대, GPT-2에서의 매개변수는 15억 개에 불과했으나, GPT-3에서는 1,750억 개로 증가했으며, GPT-3가 훈련과정에서 활용한 전력은 1,287MWh,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52톤에 이르렀는데[2], 이는 미국 120개 가구가 1년에 소비하는 전력량 또는 가솔린 자동차 123대가 1년 주행할 때의 탄소배출량 수준이다[3]. 하지만, 불과 3년 후 출시된 GPT-4의 경우는 1.7조의 파라미터와 약 60,000 MWh의 전력 활용 및 14,1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라는 파격적 수준의 에너지 소모량을 보였다[4].
< ChatGPT 최근 모델의 탄소발자국 (출처: 8billiontrees.com[5]) >
이처럼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에너지 수요가 증대되는데, 현재 수준에서도 컴퓨팅 산업(Computing Industry)은 이미 전체 항공 산업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초과하고 있다. 물론, 항공운항별 탄소 배출량은 공개되는 것과 달리, 컴퓨터 산업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비슷한 종류의 투명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AI 개발 추이가 지속될 경우, 데이터를 보유하고,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세계 전력 공급의 21%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6].
AI 기술 활용을 통한 에너지 효용 증대
하지만 이와 동시에, AI 기술은 에너지 효용 증대에 활용되면서, 이를 통해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AI 기술은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전력의 활용, 배치, 운영에 활용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최적의 대응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또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먼저, AI 기술은 환경 모니터링, 기후 모델링(예측)을 통한 에너지 수급량 예측 및 대응의 효율성 증대를 가능하게 하여, 탄소배출 최소화와 에너지 효용성 증대에 일조한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보쉬 전장(Robert Bosch GmbH)은 AI를 활용해 향후 에너지 소비량을 예측하고, 높은 정점 부하를 피해 전력소비 패턴 편차를 관리하여 2년만에 에너지를 10% 절감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와 미국 대기연구센터는 ‘썬포캐스트(Sun4Cast)’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반의 지표면 태양 복사 조도 및 일조량 예측을 통해 15분 간격으로 72시간 앞의 태양열 발전량 예측값을 제시하기도 했다[7].
나아가, AI는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 수급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AI 기반의 수요반응 서비스(DR: Demand Response), 가상 발전소 서비스(VPP: Virtual Power Plant) 등의 기술 활용은 효율성 높은 에너지 저장•배치•운영 방안이다. 예컨대, 에너지 공급여력이 부족할 때에 실시간 수요 감축으로 수급불균형에 대응하는 수요반응과 더불어, 빠른 시간 내에 공급대응을 가능케하는 전력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를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더불어, AI, 스마트그리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VPP는 재생에너지, ESS, 전기자동차 등에 분산되어 있는 소규모 에너지 자원을 통합하여, 하나의 가상 발전소에서 관리하는 역할을 통해 최적화된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 및 제시한다.
< VPP 운영 체계 (출처: SK E&S[8]) >
이처럼 AI의 활용은 2018-2019년 2년 간의 온실가스 배출을 12.9% 감축시켰고[9], 2030년까지 AI를 통해 기존 시나리오 대비 4-17% 가량의 온실가스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10]. 이와 같이 AI를 활용하여 환경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그린 AI (Green AI)의 개발은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환경오염 완화에 일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AI 개발과 에너지수급을 함께 고려한 미래 에너지•AI 전략 구축 필요
하지만, 현재 AI 기술 발전 전략의 문제는 AI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그린 AI 발전 시에는 어느정도 수준의 개선이 가능한가에 대한 정보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11]. AI 개발을 위해서는 AI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과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공개할 수 있는 표준 방법론과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최근 유럽연합에서 통과된 인공지능 규제 법안(AI Act)을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 해당 법안에서는 AI 제공업체들은 실제 또는 추정 에너지 소비량을 모니터링 및 기록하고, 공개할 의무를 부여한 바 있다[12].
더욱 중요한 것은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와 데이터센터가 필요할 것이며, 이는 곧 전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수급 전략 구축에 있어서 AI 발전 전략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AI 전략 수립을 위해 학제간 연구를 통해 필요 에너지 소비량과 PUE(전력 사용 효율)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 및 분석을 바탕으로, 에너지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데이터센터 적지의 선정 및 AI 기술 개발•활용 방향성을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 건설 및 AI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 및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친환경 에너지 수급계획에 실효성 있는 방안을 구축할 수 있도록 민관학이 협력해야 한다.
본 논의의 의의는 AI 기술이 야기시킬 수 있는 환경적 차원의 긍정•부정적 영향력을 도출함으로써, AI 개발 전략과 함께 또 다른 국가 미래 전략의 축인 친환경 에너지 전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성 추구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 즉, AI 개발 그 자체의 영역은 산업계의 몫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되어 도출되는 사회환경적 이슈들을 도출하고, 그에 대한 대응 정책을 구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AI 개발과 관련된 정부의 적합한 규제 및 개발 가이드라인이 제공된다면, 사회적 공공선을 창출하는 친환경적인 AI 기술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AI 개발 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용성 극대화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개발을 동시에 모색하는 에너지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된다면, AI 기술 개발과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개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처럼 AI와 친환경에너지 개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정부 전략을 구축할 때에, 우리는 비로소 미래지향적인 글로벌 선도 정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1] 데이터넷. (2022년 10월 30일). 점차 강력해지는 AI 성능... 인간 수준 추론 능력 갖춰간다. 데이터넷. https://www.data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814.
[2] Cho, R. (2023, June 9). AI’s Growing Carbon Footprint. State of the Planet. https://news.climate.columbia.edu/2023/06/09/ais-growing-carbon-footprint.
[3] 이재영. (2023년 6월 2일). 생성형 인공지능, 친환경적인 설계와 운용 필요해. 임팩트온.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6588.
[4] Cooper, C. (2023, May 19). Artificial Intelligence and Carbon Footprint — is AI destroying our planet? LinkedIn. https://www.linkedin.com/pulse/artificial-intelligence-carbon-footprint-ai-our-planet-colin-cooper.
[5] Williamson, K. (2024. January 6). What’s the Carbon Footprint of AI? Environmental Impact of Training AI. 8BillionTrees. https://8billiontrees.com/carbon-offsets-credits/carbon-footprint-of-ai/#ref-8.
[6] Foy, K. (2023, September 22). AI models are devouring energy. Tools to reduce consumption are here, if data centers will adopt. MIT.
https://www.ll.mit.edu/news/ai-models-are-devouring-energy-tools-reduce-consumption-are-here-if-data-centers-will-adopt.
[7] 최아름. (2022년 4월 2일). 인공지능도 친환경 시대…그린 AI ‘주목’. 정보통신신문. https://www.ko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062
[8] SK E&S 미디어룸. (2023년 11월 20일). [에너지백과] VPP(가상발전소). SK E&S. https://media.skens.com/6136#
[9] Capgemini Research Institute. (2022). Data for Net Zero.
https://www.capgemini.com/insights/research-library/data-for-net-zero/.
[10] Capgemini Research Institute. (2022). Climate AI.
https://www.capgemini.com/insights/research-library/climate-ai/.
[11] 김병필. (2023년 7월 10일). 기후 위기 시대의 인공지능.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6026#home
[12] European Commission. (2023, December 12). Artificial Intelligence – Questions and Answers.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qanda_21_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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