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44호: 뚫으려는 인민과 막으려는 중국

작성자
ssk
작성일
2023-01-10 16:47
조회
1389

뚫으려는 인민과 막으려는 중국

김현규(한국외대 글로벌정치연구소)

들어가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든 권위주의 국가든 상관없이, 집권 세력에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역시 경제 성장률이 둔화함에 따라, 인민 지지의 거대한 축인 “경제 고속 성장”이라는 명분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점차 넘겨주고 있으며, 증가하는 젊은 층의 실업률, 저출생에 따른 급속한 노령화의 진행, 부동산 버블 등 해결해야 할 국내 문제도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10월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은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 3 연임을 확정 짓고, 군사위원회 주석까지도 유지하였다. 아울러, 자신을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모두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 넣었다. 내년에 있을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의 지위까지도 확보하여 연임을 확정하게 된다면, 비로소 절차적 정당성에 따라 시진핑 3기 정부가 출범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당-국가 시스템(party-state system)인 중국으로서는 올해 당대회 결과만 보더라도 이듬해에 있을 전인대의 분위기와 정부 요직에 누가 앉을지 가늠할 수 있지만 말이다.

중국 인민들은 이러한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것일까? 시진핑 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중국몽(中国梦)”,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华民族伟大复兴)”, “인류운명공동체(人类命运共同体)”, “신형국제관계(新型国际关系)”, “공동부유(共同富裕)” 등 많은 담론을 쏟아내면서, 중국 인민들을 설득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검열 시스템으로 그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어,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막으려는 중국 정부(중국 공산당)와 뚫으려는 중국 인민이라는 키워드로 간략히 서술해보고자 한다.

 

막으려는 중국: 천안문(天安门)과 곰돌이 푸(Pooh)

학계에서 중국 검열 시스템을 이야기한다면, 자주 인용되는 논문은 아마도 킹(Gary King)의 논문일 것이다. 정치학 방법론의 필독서라 불리는 『사회과학연구의 설계』의 저자이기도 한 킹은 자신의 학생들과 쓴 「How Censorship in China Allows Government Criticism but Silences Collective Expression」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논문의 주된 내용으로는 중국에서의 검열이 우리가 흔히 아는 국가, 지도자, 정부 정책에 관한 부정적이고 신랄한 비판을 검열해내기보다는, 사회적 동원을 일으키거나 강화하는 댓글을 막음으로써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중국의 검열 시스템은 현재 발생하고 있거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집단적 행동을 미리 방지하려는 시도를 지향한다(King et al. 2013).

하지만, 요새 중국의 검열 시스템은 정부에 반하는 집단적 행동뿐만 아니라, 국가, 지도자, 정부 정책에 관한 비판 모두를 막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점차 통제된 인터넷 공간 속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1989년 6월에 있었던 천안문 사태와 2013년 6월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만화 사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89년에 발생한 천안문 사태는 중국 내에서 지금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금기시하는 사건 중 하나이다. 중국의 일반 검색엔진(예를 들어, 바이두(百度))에서 천안문을 검색해보면, 1989년에 있었던 천안문 사태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가 없다. 아울러 학계에서는 해당 사건을 1989년에 발생한 한낱 “정치 동란(政治动乱)” 혹은 “정치 풍파(政治风波)”로 명명하며, 이야기하길 꺼린다. 이와 비교하여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은 “10년 동란(十年动乱)”으로 표현하며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당 차원에서 문화대혁명에 관한 역사적 평가를 이미 내렸기에, 상대적으로 해당 사건에 관한 논의는 점차 자유로워지고, 검색도 가능하다. 중국 인민들이 1989년 천안문 사태에 관하여 온라인상에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5월 35일” 등 우회하는 키워드를 만들어 검색이 가능하게 하였는데, 이 또한 중국 정부에서 알아차려 검열 조치를 취하였다(위화 2012).

2013년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산책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티거와 푸를 연상시킨다면서, <그림 1>과 같은 사진이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를 시작으로 푸와 티거 사진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며, 심지어 2018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검열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상에는 중국 인민들이 시진핑을 비판할 목적으로 곰돌이 푸를 사용하였으며,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시기 시진핑 정부를 비판할 목적으로 푸가 많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림 1> 푸와 티거 그리고 시진핑과 오바마



* 출처: 경향신문

 

뚫으려는 인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백지 시위

1989년 천안문 사태와 “푸=시진핑 주석” 비유에 관한 중국 정부의 대응과 검열은 나름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사건을 통해 중국 내부에서 집단적 행동으로까지 연결되어 지도자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비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규모도 작고 산발적으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는 중국 검열 시스템에 가려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백지 시위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만연한지 3년이 지나고 있고, 중국 인민들도 제로코로나 정책에 싫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알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국의 의료시스템이 열악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률 증가, 특히 젊은 층 중심의 높은 실업률은 젊은 층의 불만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위드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바,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세계 최고의 검열 시스템을 활용하여 인민들의 불만을 걸러내고 차단하려 애썼지만, 동시다발적인 온라인상의 불만 표출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이에 과거와는 다르게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이 한발 물러서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백지 시위이다. 방역을 위해 봉쇄된 아파트에 갇혀 있다가 10명이 사망한 우루무치(乌鲁木齐) 화재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 각지에서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일어났다. 그 물결은 바로 정부와 지도자를 겨냥한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를 바뀌었고, 이것이 앞서 이야기했던 많은 중국 내부의 문제와 결합하여 집단행동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군중들의 행위는 중국 공산당이 가장 피하고 싶고 막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과거 1989년 천안문 사태도 후야오방(胡耀邦) 전직 총서기의 애도와 추모의 물결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물결은 민주화에 대한 요구로 발전하여 큰 소요사태가 일어났고, 결국 당시 지도자인 덩샤오핑(邓小平)에 의해 진압되고 말았다. 그렇기에, 중국 공산당은 거대한 규모의 집단행동으로 발전할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에 주력해왔다.

이번 백지 시위는 SNS가 매개체가 되어 빠르게 번져나갔고, 이에 중국 정부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철저한 검열 시스템으로 대응하였으나, 검열망을 우회하는 가설사설망의 활용 등으로 인해 효과적이지 못했다. 2022년 11월 26일의 백지 시위에서는, “공산당 퇴진”, “시진핑 퇴진”이라는 구호가 전면에 나타났고, 시위의 규모는 전국을 넘어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에게까지 확산되었다. 확산되는 시위에 중국 정부는 결국 2022년 12월, 제로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여, 인민의 불만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그림 2> 중국의 백지시위



* 출처: 중앙일보

 

나가며: 중국 공산당의 일 보 후퇴

과연 이러한 모습이 중국 공산당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일 보 후퇴에 불과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중국 공산당의 과거 행적을 보았을 때,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보기보다는 일 보 후퇴에 가깝다. 중국 공산당은 집권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는 선진 검열 시스템의 확충이다.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은 인민들로 하여금 사전에 자기 검열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고 있다. 이 점이 바로 무서운 부분이다.

중국 공산당은 항상 이야기한다. 인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국민당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앞으로도 중국 공산당이 온라인상에서 고도화된 검열 시스템을 활용하여 수많은 인민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위화. 김태성 역. 2012.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파주: 문학동네.

King, Gary, Jennifer Pan, and Margaret Roberts. 2013. “How Censorship in China Allows Government Criticism but Silences Collective Expression.”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07(2).

'곰돌이 푸' 시진핑과 '티거' 오바마, 서늘해진 관계. 경향신문. 2016-09-05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1609051437001

백지 한 장이 '시 황제'를 뒤흔들었다, 봉쇄사회까지 찢었다. 중앙일보. 2022-12-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7410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al Science)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