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 20호: 온라인 시민참여와 대의제의 변화

작성자
ssk
작성일
2019-05-23 06:54
조회
1880
온라인 시민참여와 대의제의 변화

김범수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이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과 입법의 문호를 개방하는 대의제 정부기구들의 시도들이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사이버공간에 공론장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정책을 제안하거나, 제안된 의제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대의제 정부 기구가 시민들의 의견과 제안에 대해 책임 있게 답한다는 의미에서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은 의사소통합리성이 작용하는 공론장이다. 플랫폼이란 시민들이 행위를 벌이는 광장이면서, 특정한 절차로 설계하여 시민들의 행위를 규정짓는 공간이다. 마치 시민들이 지방의 도시를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 KTX플랫폼에 모인 것과 유사하다.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도 정부의 행정과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민들이 회원으로 등록한 뒤, 플랫폼이 정한 토론의 절차를 따라 의견을 나누도록 설계된 광장이다.

대의제 정부기구들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의 예는 서울시의 “민주주의 서울”, 청와대의 “국민청원” 그리고 프랑스의 “의회와 시민”, 스코트랜드와 영국의 전자청원(E-Petition) 등 다양하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입법부와 행정부 등 대의제 정부 기구는 대의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시민과의 직접적으로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을 도입하여 운영한다. 서울시의 “민주주의 서울”의 예로 들면, 2019년 4월 17일 “1인가구들의 정책제안”을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과정을 소개하고, 제안된 정책들을 “민주주의 서울”의 플랫폼 중 “자유제안” 코너에 올렸다. 서울시가 전체 가구 중 30%를 차지하는 1인가구 시민들의 현실을 파악하고, 1인가구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집약하여 정책으로 만들기 위해 워크숍이 추진되었다.

<그림 > 민주주의 서울 “서울 제안가들: 1인가구 편” 워크숍


출처: https://democracy.seoul.go.kr/

서울시는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연령과 입장을 갖고 있는 1인 가구 당사자들이 상호의견을 토론하고 종합한 의견을 들었으며, 당사자들의 종합된 의견은 곧바로 정책에 반영되기 보다는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의 “자유제안”코너에 게시되어 일반 시민들의 의견과 판단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에 제안된 제안은 30일 이내 500명이 공감하면 담당부서에서 검토하고, 검토한 의견을 덧붙여 공론화 의제가 된다. 공론의제가 되면 온라인 공론장에서 30일 이상 기간 동안 시민들 사이에 토론이 이뤄진다. 토론 과정에서 해당 제안을 지지하는 시민의 수가 5000명을 넘으면 서울시장이 답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민주주의 서울”을 통해 서울시는 시민과 협력하여 정책을 결정한다.

<그림 > ‘1인가구’워크숍 결과 종합된 제안들

출처: https://democracy.seoul.go.kr/

그렇다면, 대의제 정부기구인 서울시가 왜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일까? 선거를 통해 주권을 위임받은 시장이 자유위임의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시민들의 의결을 듣고 함께 정책을 결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의제 정치과정이 갖는 있는 문제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배심원제, 공론화위원회, 추첨으로 뽑는 시민의회를 주장하는 추첨민주주의 이론가들은 대의제가 갖는 이상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현실과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부패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민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6년에 있었던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유권자의 투표참여율은 77.2%였고, 당선자들이 선거구에서 51% 득표했다고 가정할 경우,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유권자의 40%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대표자들이다. 그리고 20대 총선 당선자(300명)의 평균 나이는 55.5세로 2016년 당시 국민 평균 연령인 40.8세보다 15세 높다. 그리고 1988년 제13대 총선이후 국회에서 없었던 20대 국회의원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배출되었다. 여성 국회의원은 300명중 51명으로 17%이어서, 당시 전체 인구 중 절반이상이 여성인 것과 비교된다. 그리고 평균 재산은 41억 원으로서, 2016년 3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구당 보유자산 평균 3억4천만 원의 13배이다. 현실의 국회는 국민 대표성이 부족하다.

선출된 대표자들의 대표성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는 대의제의 가정, 즉 대표자들이 장기적이고 공적으로 유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가정에 의해 극복된다고 주장되어 왔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권력을 지향하고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이익집단의 요구에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은 그러한 가정을 부정한다. 지역 사학재단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후원금과 표를 지원받는 국회의원, 민간요양기관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고 대체입법안을 발의한 협의로 고발된 국회의원,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유치원 3법을 저지하기 위해 특정 국회의원을 후원한 사례 등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공적 이익보다는 재선과 정치자금 확보를 우선하여 의정활동을 한 사례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 없는 대의제 정부의 권력행위가 경제적 정치적 부패로 이어진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외국의 입법부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시민참여 입법 플랫폼은 전자입법(e-legislating) 플랫폼이라 하며,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과 브라질 등의 세계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전자입법은 입법에 시민들이 인터넷 미디어를 활용하여 법안 조문 형성과정에 참여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유럽에서는 이것을 클라우드법(cloudlaw)으로 명명한다. 이 개념은 가상공간인 클라우드에 국회의원이 입법 초안을 올려놓으면, 시민들이 입법안의 각 조항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과 찬/반 토론을 벌여 최종 발의안을 형성하는 시민참여 입법과정을 의미한다. 브라질에서는 위키레기스(wikilegis)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온라인 시민참여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위키”와 법률을 의미하는 “레기스”를 결합한 용어로서,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함께 법률안을 만드는 입법과정을 의미한다.

이상을 요약하자면, 대의제 정치과정은 그 이상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정치적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의제의 현실적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민주주의 서울”과 세계 여러 나라의 국회에서 전자입법 플랫폼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은 대의제가 대표하지 못하는 유권자의 소리, 현실 정치과정에서 돈과 권력적 욕구에 의해 소외될 수 있는 유권자들의 의견을 대의제 정부가 듣고 협력하여 정책을 결정하는 새로운 정치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은 대의정부 기구가 당사자의 개별 의견을 듣는 단순한 청취과정이 아니라, 시민들이 토론하여 종합하고, 제안한 의견들, 온라인을 통해 동료평가(peer review)를 받는 공론화 과정의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은 대의제의 경제적 정치적 부패 문제를, 대의제의 대표기능과 심의기능을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도입하고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ety)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디지털사회] 20
발행인: 조화순
발행일: 2019515
ISSN 2586-3525(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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