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 제76호: 우리가 몰랐던 일상 속 인공지능
작성자
ssk
작성일
2026-08-07 14:53
조회
225
우리가 몰랐던 일상 속 인공지능
이성민(연세대학교 첨단융합공학부)
2022년 말 ChatGPT의 등장과 함께 인공지능은 손에 잡히는 서비스로 대중에게 다가왔다. 질문을 입력하면 대화하듯 곧바로 답이 돌아오고, 그림과 음악, 영상까지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눈에 훤히 보이다 보니, 사람들도 비로소 자신이 인공지능을 쓰고 있다는 걸 온전히 실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작동하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쳐 온 우리 일상 속 편리함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손안의 스마트폰 카메라부터 도로 위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그리고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쾌적하게 조절해 주는 건물 공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현대 세상을 지탱하는 인공지능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수행하고, 어떤 원리로 상황을 알아차리며,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소개해 보려 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사진에 공간감을 부여하는 인공지능]

그림 1 스마트폰 인물 모드의 아웃포커싱(자료: Google [1])
스마트폰 카메라의 ‘인물 모드’로 누군가의 사진을 찍을 때, 전문 카메라인 DSLR로 촬영한 것처럼 배경은 부드럽게 흐려지고 인물만 선명하게 돋보이는 결과물에 감탄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피사체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앞뒤 배경은 흐릿하게 만들어 시선을 인물에 집중시키는 ‘아웃포커싱’ 효과가 적용된 결과다.본래 아웃포커싱은 렌즈의 초점거리, 조리개 값, 센서 크기 같은 광학 조건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커다란 렌즈와 센서를 탑재한 DSLR은 이러한 흐림 효과를 손쉽게 만들어내지만, 얇고 작은 스마트폰은 물리적 구조상 자연스러운 광학 효과를 구현하는 데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사진 속 인물과 배경을 직접 계산해 구분한 뒤 배경을 가공하여 흐리게 처리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평면으로 찍힌 2차원 사진에서 인물과 배경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3차원 공간감을 새로 만들어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이에 스마트폰은 탑재된 렌즈의 개수나 카메라 구성에 맞춰 인공지능을 다르게 활용하며,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거리를 측정한다.
첫째는 두 개의 렌즈를 활용하는 ‘양안 시각(binocular)’ 방식이다. 사람이 두 눈으로 거리를 가늠하듯, 서로 떨어진 렌즈에서 생기는 시차(disparity)를 이용해 대상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 인공지능으로 물체 경계의 오차와 잡음을 보정한다. 비교적 정확한 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신 여러 카메라를 배치할 공간과 비용이 필요하며, 충분한 시차가 나타나지 않는 촬영 거리에서는 측정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하나의 렌즈만 사용하는 ‘단안 깊이 추정(monocular depth estimation)’이다. 수많은 이미지로부터 시각적 단서와 깊이 사이의 관계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피사체의 윤곽과 경계의 선명도, 물체가 서로 가려지는 순서, 거리에 따른 질감 변화 등을 종합해 각 물체와 배경을 구분하고 픽셀마다 상대적인 깊이를 추론한다. 이 방식은 별도의 렌즈를 요구하지 않지만, 실제 시차 대신 한 장의 영상에 담긴 단서를 바탕으로 거리를 판단하므로 착시가 발생하거나 무늬가 복잡한 장면에서는 깊이 계산에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최신 스마트폰은 카메라의 렌즈 개수나 촬영 환경에 따라 이 두 가지 인공지능 기반 방식을 유연하게 결합하여 아웃포커싱 효과를 구현한다. 여러 렌즈가 만들어내는 위치 차이(시차)와 한 장의 사진 속 시각적 맥락을 종합하면, 사진 안의 모든 지점이 카메라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깊이 지도(depth map)’가 완성되는 원리다. 스마트폰은 이 거릿값을 바탕으로 인물의 윤곽선은 또렷하게 살려두는 한편, 피사체에서 멀어지는 공간일수록 흐림 효과를 점진적으로 강하게 적용함으로써 한층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연출해 낸다.
[미래의 교통 상황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출퇴근길,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도로를 지나다 보면 출발할 때는 막히지 않던 길이 어느새 정체 구간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가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 상황은 출발 시점의 정보만으로는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내비게이션은 보다 정확한 길 안내를 위해 지금의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교통 상황까지 함께 예측한다.
하지만 미래의 교통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사고와 공사, 갑작스러운 폭우처럼 예고 없이 생기는 변화다. 반복되는 출퇴근 정체는 과거 기록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방금 발생한 돌발 사고는 과거의 통계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둘째는 한 구간에서 시작된 정체가 연결된 도로를 따라 계속 번진다는 점이다. 고속도로 출구가 막히면 뒤쪽 구간까지 차량이 밀리고, 우회 차량이 주변 도로로 몰리면서 새로운 정체가 생길 수 있다. 최신 내비게이션 기술은 이 두 가지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법을 함께 활용한다.
우선, 과거 기록으로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들은 도로 위 차량들의 실시간 위치와 속도 정보를 수집하여 찾아낸다. 예를 들어 특정 구간을 지나는 여러 대의 차량이 갑자기 일괄적으로 느려지면, 해당 구간에 새로운 정체나 사고가 생겼을 가능성을 살펴보는 식이다. 이때 감지된 정체는 신호 대기 등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일 수 있으므로, 이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그림 2 네비게이션 도로망(a) 및 도로망의 그래프 구조 표현(b) (자료: Jiang and Luo [3])
여기서 확인한 정체가 이후 어느 도로로 번질지는 도로 사이의 연결 관계를 그래프 구조로 나타내어 분석한다. 교차로나 도로 구간을 점(node)으로, 서로 이어진 도로를 선(edge)으로 표현하면 전체 도로망의 연결 형태와 정체가 퍼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계산할 수 있다.오늘날의 내비게이션은 이렇게 실시간 차량 정보와 그래프로 표현한 도로망을 함께 분석한다. 이때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인공지능 기법이 ‘그래프 신경망(GNN, graph neural network)’이다. 그래프 신경망은 각 도로의 속도와 차량 흐름을 주변 구간의 정보와 함께 계산해, 현재의 정체가 잠시 뒤 어디까지 퍼질지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비게이션은 갑작스러운 사고와 연쇄 정체를 경로 계산에 반영하고, 앞으로의 교통 상황에 맞는 도착 시각과 우회로를 제시한다.
[건물의 쾌적함을 책임지는 인공지능]
무더운 여름, 막 에어컨을 가동하기 시작한 공간에 들어서면 한동안 더위와 답답함을 면하기 어렵다. 사전에 공조를 가동하지 않으면 입실 후 쾌적함을 느끼기까지 시차가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지속적으로 켜두는 것은 심각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 최근 스마트 빌딩 및 HVAC(난방·환기·공기조화) 분야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용자가 들어서기 전 최적의 온·습도와 공기 질을 예측하여 미리 맞추어 두는 '지능형 선제 제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선제 제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 조건은 시간대별 이용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요일, 시간대, 과거 이용 습관 등을 종합 분석하여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회의실 이용"과 같이 예측 가능한 평소 흐름을 1차적으로 도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단순한 과거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갑작스럽게 사람이 몰리는 예외적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장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자 CCTV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 문제를 유발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그림 3 센서 기반 스마트 공조 제어(a) 및 진동센서를 이용한 발걸음 및 이동량 추적(b) 자료: (a) Song and Calautit [5]; (b) Pan et al. [6]
최신 공조 제어 시스템은 이 두 가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비시각적 센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건물 내 Wi-Fi 접속량으로 주변 단말기의 증감을 파악하는 한편, 바닥 진동 센서로는 발걸음과 이동량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출입문 센서와 이산화탄소 농도 변동까지 결합되면서 인원의 유입과 체류 상황을 다각도로 포착할 수 있게 된다.다만, 이러한 단일 신호들에만 의존할 경우 영상 정보만큼 정확하게 인원을 추정하는 데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한 사람이 여러 IT 기기를 동시에 사용해 Wi-Fi 신호가 과다 측정되거나, 이동 장비나 설비의 진동으로 인해 바닥 센서가 오작동하는 예외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러한 센서별 오차를 정교하게 보완하고자 여러 신호를 통합 분석하는 '멀티모달 인공지능(multimodal AI)' 기법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Wi-Fi 접속량과 바닥 진동이 동시에 증가한 뒤 이산화탄소 농도가 연달아 상승하는 일련의 패턴을 종합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각 센서가 지닌 단점을 서로 메우고 인원 추정의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원리다.
차세대 공조 기술은 이처럼 주기적인 이용 패턴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실시간 센서 신호를 융합해 공간의 미래 상태를 계산해 낸다. 사용자가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최적의 쾌적함이 갖춰져 있는 데에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실내 환경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인공지능의 정교한 연산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마무리]
본 글에서 살펴본 세 가지 영역을 넘어,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직접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상황을 해석하며 때로는 변화를 예측해 일상의 가치를 높여 왔다. 눈에 보이는 서비스의 이면에서, 보이지 않게 정교한 판단을 수행하는 기술의 역할은 날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기술이 더욱 고도화됨에 따라 한층 다양한 기기와 공간에 이러한 인공지능의 작동 방식이 스며들 것이다. 단순한 기술의 결과물에 감탄하는 것을 넘어, 그 이면에서 현실을 감지·해석하고 때로는 예측하는 인공지능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스마트해질 미래 공간의 가능성을 더욱 명확히 가늠해 볼 수 있다.
[참고문헌]
[1] Google, “A Focus on Portrait Mode: Behind the Scenes with Pixel 2’s Camera Features,” 2017.
[2] D. Eigen, C. Puhrsch, and R. Fergus, “Depth Map Prediction from a Single Image Using a Multi-Scale Deep Network,” Advances in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2014.
[3] W. Jiang and J. Luo, “Graph Neural Network for Traffic Forecasting: A Survey,” Expert Systems with Applications, vol. 207, Article 117921, 2022.
[4] Google, “Google Maps 101: How AI Helps Predict Traffic and Determine Routes,” 2020.
[5] W. Song and J. K. S. Calautit, “Impact of Occupancy Behavior on Building Energy Efficiency: What’s Next in Detection and Monitoring Technologies?” Next Energy, vol. 8, Article 100350, 2025.
[6] S. Pan, T. Yu, M. Mirshekari, J. Fagert, A. Bonde, O. J. Mengshoel, H. Y. Noh, and P. Zhang, “FootprintID: Indoor Pedestrian Identification through Ambient Structural Vibration Sensing,” Proceedings of the ACM on Interactive, Mobile, Wearable and Ubiquitous Technologies, vol. 1, no. 3, Article 89, pp. 1–31, 2017.
[7] D. Ramachandram and G. W. Taylor, “Deep Multimodal Learning: A Survey on Recent Advances and Trends,” IEEE Signal Processing Magazine, vol. 34, no. 6, pp. 96–108, 2017.
[8] S. Lee, J. Lee, M. Kang, S. Lee, D. Kim, J. Hong, J. Shin, P. Zhang, and J. Ko, “JARVIS for HVAC: LLM-based Question-Answer Framework for Sensor-driven HVAC System Interaction,” Proceedings of the ACM on Interactive, Mobile, Wearable and Ubiquitous Technologies, vol. 10, no. 2, Article 51, pp. 1–36, 2026.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al Science)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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