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64호: 인공지능기본법이 우리의 미래에 미칠 영향

작성자
ssk
작성일
2025-09-24 17:11
조회
255

인공지능기본법이 우리의 미래에 미칠 영향

정원준(한국법제연구원)

들어가며

2025년 현재 한국 입법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인공지능기본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이다. 혁신 기술인 인공지능 분야에 전 세계의 막대한 자본과 인재가 몰리고 있다. 이는 각국으로 하여금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급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각국의 인공지능 관련 규범 형성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연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입법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적절한 관리와 통제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규제적 요소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기본법을 제정하였다. 과연 이러한 선제적 입법이 기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시도로 남게 될 것인가? 결국 이 입법이 기회가 될지 여부는 향후 우리가 인공지능기본법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나아가 이 법이 인공지능 발전에 효과적인 규범으로 작동하도록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인공지능을 규율하는 법적 규범이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한 현실과 맞물려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굳이 이러한 모험적인 입법 실험을 앞서 추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미 입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과거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 법이 합리적인 규범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제언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하에서는 인공지능기본법이 인공지능 시대의 발전을 이끄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향후 개선해야 할 주요 사항에 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수범 주체의 불명확성과 책임 범위의 모호성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기본법은 주요한 수범 주체로 '인공지능사업자'를 정의하고 있다. 이 법이 규정하는 인공지능사업자는 개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최근 발표된 인공지능기본법 시행령안 해설서(2025년 9월 8일 공개)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직접 서비스화하거나 해당 인공지능 제품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한 사업자가 개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의 지위를 동시에 가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개발사업자에는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한 경우뿐만 아니라 해당 인공지능의 성능에 중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이를 수정·변경·개량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개발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 개발을 전적으로 외부에 맡기고 발주 기관은 완성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하기만 한 경우, 그 발주 기관은 이용사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러한 개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의 경계에 놓여 판단이 모호한 사례들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 오픈마켓(온라인 플랫폼)이 일부 고객 데이터를 제공하여 특정 챗봇 서비스를 파인튜닝(fine-tuning)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때 해당 오픈마켓이 알고리즘 개발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관여했는지에 따라, 그 지위를 개발사업자로 볼 수도 있고 이용사업자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용사업자' 개념 역시 모호하다. 해설서에 따르면, 이용사업자는 개발사업자 또는 다른 이용사업자로부터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아 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에 중대한 기능 변경을 가하지 않고 제공하면 이용사업자로 간주되지만, 중대한 기능 변경을 가한 경우에는 개발사업자로 본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다양한 영역에서 각양각색의 형태로 상용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기준이 실제 현장에서 명확하게 적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수범 주체의 모호성으로 인해 일부 기업은 자신이 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잘못 판단하여 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다가, 예기치 않게 제재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불명확한 규제와 법적 안정성

인공지능기본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관하는 법률로, 해당 부처는 정보통신 산업의 진흥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 따라서 법 제정 과정에서도 인공지능 산업의 '진흥'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이 법은 운용 방식에 따라서는 엄격한 규제 조항을 포함할 수 있으나, 내용과 실질에 있어서는 규제적 접근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 통상적으로 규제 수준을 최소화하려는 입법 기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활용된다:
  • 준수 의무 사항을 다소 모호하게 규정한다.
  • 법적 의무 대신 권고적 성격의 '책무' 조항을 두어 책임성을 낮춘다.
  • 위반 시 부과되는 제재 수준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규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기본법은 엄격한 규율을 추구하는 EU의 AI Act와 달리 이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규범 준수에 민감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규제 수준을 낮추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령이 아닌 가이드라인 등 연성법적 수단을 통해 기업들의 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에는 다양한 구체적 사례와 예시를 풍부하게 담아야 하며, 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해야 할 것이다.

나가며

인공지능기본법은 앞으로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와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다. 향후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혁신적 편의를 누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2025년 9월 현재 법 시행일(2026년 1월 22일)이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행령과 고시, 가이드라인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법 시행에 맞춰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제재 규정의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운영하여 사실상 법 집행을 늦추겠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굳이 그보다 앞서 법을 집행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시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므로 법 집행을 몇 년 늦춘다고 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멀리 내다보며 지혜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여겨진다.

디지털사회(Digital Society)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al Science)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리프입니다. 디지털사회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