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Brief

디지털사회 제60호: AI 시대, 대중의 인식과 현명한 정책 거버넌스를 향하여

작성자
ssk
작성일
2025-05-29 14:37
조회
76

AI 시대, 대중의 인식과 현명한 정책 거버넌스를 향하여

양준석(연세대학교)

AI의 양면성과 대중 인식의 중요성

인공지능(AI)은 의료, 금융, 제조,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생산성 향상, 새로운 서비스 창출, 삶의 질 개선 등 혁명적 변화를 주도한다. 데이터 분석, 패턴 인식, 자연어 처리, 이미지 생성과 같은 AI의 핵심 능력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 이면에는 일자리 대체, 소득 불평등 심화, 개인정보 침해, 편향된 의사결정, 윤리적 딜레마와 같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윤리적 문제들이 잠재되어 있다 있다 (e.g., Acemoglu & Restrepo, 2022; Autor, Mindell, & Reynolds, 2022; IMF, 2025). AI 알고리즘 학습 데이터의 편견이 사회적 차별을 재생산하거나, AI 기술 오용이 감시 사회나 허위 정보 확산을 초래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처럼 AI는 기회와 위협이라는 양면성을 지니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AI 기술의 발전 방향과 사회적 수용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 대중의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AI 시대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공정하게 분배하며 잠재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유효한' 정책 수립에는 대중에 대한 이해가 핵심 기반이 된다. 효과적인 AI 거버넌스는 기술적 타당성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대중의 가치와 동떨어진 정책은 저항에 직면하거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따라서 대중의 정책 선호를 분석하는 것은 정책의 실질적 효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건이될 것이다.

AI에 대한 대중의 인식: 기대와 우려의 공존

AI에 대한 대중의 정서는 기대와 우려가 혼재된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초기에는 낙관론이 우세했으나, 최근 미국 및 영국 등 서구에서는 AI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점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Brookings Institution, 2025). AI 기능이 발전하고 대중의 기술 노출이 증가함에 따라 경계심 또한 커지고 있으며, 이는 AI가 추상적 개념에서 실질적 기술로 전환되면서 대중이 그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게 됨을 시사한다.
한국의 경우, AI 기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은 관심과 기대를 보이면서도 다양한 위험에 대한 깊은 우려가 공존한다. 2025년 입소스(Ipsos)와 구글 공동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AI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66%)은 우려(35%)보다 현저히 높았고, AI 직접 사용 경험자의 기대감은 75%까지 상승했다. 또한 한국리서치 조사(2025년)에서도 AI 기술 발전을 체감하는 이들 중 다수가 자신의 삶(60%)과 우리 사회(73%)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기대감 속에서도 일자리 감소, 사생활 침해, 정보의 부정확성 및 편향성, 윤리적 문제, 인간관계 약화 등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KISTEP, 2025). 특히 일자리 감소는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IMF는 한국 일자리의 약 50%가 AI에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고(IMF, 2025), 산업연구원은 국내 일자리의 13.1%(327만 개)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으며(KISTEP, 2025), 한국은행 역시 국내 일자리의 51%가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한국은행, 2025).

AI 태도 형성의 다차원적 요인과 프레이밍 효과

AI에 대한 단일한 "여론"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구 통계학적, 이념적, 문화적 요인의 복잡한 상호 작용에 의해 견해가 형성되는 다수의 "대중"이 존재한다. AI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1. 물질적 이해관계 (Material Self-Interest): 개인이 AI 기술 변화의 물질적 수혜자인지 혹은 희생자인지에 대한 판단이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Magistro et al., 2025). 일자리 감소 우려와 같은 개인적 손실 가능성, 또는 낮은 가격과 같은 소비자 혜택 등 즉각적인 경제적 이익이 추상적인 사회적 위협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2. 정치 이념 (Political Ideology): 개인의 정치적 신념 또한 AI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보다 AI 적용에 대해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Gur et al., 2024; Magistro et al., 2025), 이는 AI의 분배적 영향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에서 비롯될 수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기술 발전과 정부 개입으로부터 더 큰 집단적 혜택을 인식하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전통적 경제 질서의 혼란에 더 민감할 수 있다.
3. 문화적 지향성 (Cultural Orientation): 개인주의, 평등주의, 위험 감수성과 같은 문화적 지향성이 AI 태도를 강력하게 예측한다(O’Shaughnessy et al., 2023). 개인주의자는 AI가 창출하는 개인적 기회를 우선시하는 반면, 평등주의자는 잠재적인 사회적 불평등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는 규제 및 거버넌스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쳐, 개인주의자는 시장 주도 접근을, 평등주의적 공동체주의자는 더 강력한 정부 감독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4. 기술 친숙도 및 활용 경험 (Tech Familiarity and Experience): AI 기술에 대한 친숙도와 활용 경험은 AI에 대한 태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흥 기술에 대한 개인적 노출이 많을수록(Horowitz & Kahn, 2021), AI 활용 능력 수준이 높을수록 AI 애플리케이션 수용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Nussberger et al., 2022). 기술 친숙도는 기술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여 추상적 위협을 더 구체적이고 관리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5. 인구학적 요인 (Demographic Factors): 연령, 교육 수준, 성별과 같은 인구학적 요인도 AI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젊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남성인 응답자는 지속적으로 더 높은 AI 사용률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더 낙관적인 평가를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Bick et al., 2024). 반면, 노년층,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 경제적으로 취약한 인구는 더 큰 회의론을 표명하며(Vesely and Kim, 2024), 이는 잠재적으로 개인적 취약성에 대한 인식 증가를 반영한다.

프레이밍 효과: 인식의 지형을 바꾸는 힘

AI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차원의 내재적 특성 외에도, AI 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제시되고 소통되는지, 즉 '프레이밍(framing)' 방식 역시 대중의 인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사실이라도 어떤 관점과 맥락에서 제시되느냐에 따라 수용자의 해석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경제 성장의 기회로 프레이밍될 때, 일자리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프레이밍될 때보다 대중의 태도가 더 긍정적으로 나타난다(Zhang et al., 2021). 또한 AI를 인간과 유사하게 제시하는 의인화된 설명은 AI를 도구와 유사하게 제시하는 도구적 설명보다 더 큰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Fast and Horvitz, 2017). 이는 AI를 어떻게 명명하고 설명하며, 어떤 측면을 부각하는지에 따라 대중의 수용도와 정책 지지까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적 시사점과 현명한 AI 거버넌스를 향하여

프레이밍 효과의 중요성은 AI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성공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데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정책 입안자들은 AI 기술의 혜택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대중이 AI의 사회적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소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AI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와 잠재적 위험을 균형 있게 제시하되, 희망과 기회의 프레임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응하여 일자리 전환 지원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직업 창출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다. 둘째, '단일한 대중'이 아닌 '다수의 대중'이 존재함을 인지하고, 각 집단의 특성과 우려 사항에 맞는 맞춤형 정책 메시지와 소통 채널을 개발해야 한다. 연령, 직업군, 기술 친숙도, 가치관 등에 따라 AI에 대한 인식과 수용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획일적인 접근보다는 세분화된 공중(publics)을 대상으로 하는 섬세한 정책 설계와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결론: 지속적인 소통과 신뢰 구축을 통한 AI 거버넌스
AI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인의 이해관계, 가치관, 사회문화적 맥락, 그리고 미디어와 정책 담론의 프레이밍 방식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AI 거버넌스는 이러한 대중 인식의 다층성과 가변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정책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AI 시대의 현명한 정책은 기술적 합리성을 넘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대중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신뢰 구축을 통해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대중 인식 연구가 확장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를 확장해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보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References:
Acemoglu, D., & Restrepo, P. (2022). "Tasks, Automation, and the Rise in US Wage Inequality." Econometrica, 90(5), 1973-2016.
Autor, D., Mindell, D., & Reynolds, E. (2022). The Work of the Future: Building Better Jobs in an Age of Intelligent Machines. MIT Press.
Bick, Alexander, Adam Blandin, and David J Deming. (2024). The rapid adoption of generative ai. Technical report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Brookings Institution. (2025). What the public thinks about AI and the implications for governance. https://www.brookings.edu/articles/what-the-public-thinks-about-ai-and-the-implications-for-governance/
Fast, Ethan, and Eric Horvitz. (2017). “Long-Term Trends in the Public Percep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Proceedings of the Thirty-First AAAI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AAAI-17), pp. 963–969. URL: https://ojs.aaai.org/index.php/AAAI/article/view/10604
Gur, Tamar, Boaz Hameiri, and Yossi Maaravi. (2024). “Political ideology shapes support for the use of AI in policy-making.”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7, 1447171.
Horowitz, Michael C, and Lauren Kahn. (2021). “What influences attitudes about artificial intelligence adoption: Evidence from US local officials.” PLoS One, 16(10), e0257732.
IMF. (2025). Transforming the Future: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Korea. https://www.imf.org/en/Publications/selected-issues-papers/Issues/2025/03/04/Transforming-the-Future-The-Impact-of-Artificial-Intelligence-in-Korea-562939
Ipsos. (2023). Ipsos Global AI 2023 Report. https://www.ipsos.com/sites/default/files/ct/news/documents/2023-07/Ipsos%20Global%20AI%202023%20Report-WEB_0.pdf
KISTEP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5).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 사회 변화. https://www.kistep.re.kr/boardDownload.es?bid=0032&list_no=19515&seq=6047
Magistro, B., Borwein, S., Alvarez, R. M., Bonikowski, B., & Loewen, P. J. (2025). "Attitudes toward artificial intelligence (AI) and globalization: Common microfoundations and political implications."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Nussberger, Anne-Marie, Lan Luo, L Elisa Celis, and Molly J Crockett. (2022). “Public attitudes value interpretability but prioritize accuracy in Artificial Intelligence.” Nature communications, 13(1), 5821.
O’Shaughnessy, Matthew R, Daniel S Schiff, Lav R Varshney, Christopher J Rozell, and Mark A Davenport. (2023). “What governs attitudes toward artificial intelligence adoption and governance?” Science and Public Policy, 50(2), 161–176.
Vesely, Stepan, and Byungdoo Kim. (2024). “Survey evidence on public support for AI safety oversight.” Scientific Reports, 14(1), 31491.
Zhang, Baobao, and Allan Dafoe. (2021). “Artificial Intelligence: American Attitudes and Trends.” Journal of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70, 1145–1168.
한국리서치. (2025). 2024 인공지능 인식조사: 인공지능 관심 및 발전 체감도, 미래 변화 인식. https://hrcopinion.co.kr/archives/30552
한국은행. (2025). [제2025-2호] AI와 한국경제. BOK 이슈노트. https://www.bok.or.kr/portal/bbs/P0002353/view.do?nttId=10089704&menuNo=20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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